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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햇살 아래서]
'햇살 아래서'는 독자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의 중요한 사건을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는 게임북 형식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콘텐츠 입니다.
최초의 버전인 '햇살 아래서 Prototype 1.0' 은 권보연, 허효진, 이융희, 오영진의 팀업과 이정남, 압둘 와합의 도움으로 2018년 9월 제작되었고, 2019년 1월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1.0 버전에서 부족했던 삽화와 글짜임을 보강해 버전 1.5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햇살 아래서'는 독자에게 읽기 이상의 경험, 플레이어이자 동시에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플레이가 시작되면, '나'는 곧 이야기의 주인공인 '당신'이 되어야 합니다.
게임북은 본디 삶을 닮은 형식의 놀이입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해 선택하려 하지만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선택에 행운이 따르기를 바라지만, 마음 아픈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리아 사람들이 그들이 원치 않은 내전 상황에서 끝모를 고통을 받고 있는 것 처럼요.
삶에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서는 강력한 운명이란 것이 있죠. 예감 하셨나요? 삶의 곳곳에서 만나는 기쁨과 슬픔, 행운과 좌절이'햇살 아래서'에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당신의 선택은 어떤 경험을 만들어 낼까요? '햇살 아래서'에 담긴 이야기의 가지들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 갈까요?
그게 어디든 당신은 이 이야기를 만든 우리와, 이야기 속의 아름답고 귀엽고 씩씩한 소녀들을 만날 것 입니다.
소녀들에게 행운이 따르기를... 당신의 선택이 우리의 마음과 닿기를 바랍니다.
창작가들을 대표하여, 2019년 1월 권보연과 오영진이 씁니다.
[[햇살 아래서, 이야기 시작하기 ->K_1 제대로 망한 첫날]]드르륵.
긴장해서 일까. 문소리가 유독 크다.
미술반은 평범해. 학교 동아리가 다 그렇지 뭐. 여러 반에서 모인 동아리 멤버들의 활동을 위해 교실 하나를 사용하는 것 같고.
하지만! 아주 특별한 무엇이 네 눈에 들어와. 교탁 앞에서 뭔가 준비하는 두 명의 학생이 있었거든.
오른쪽의 눈 큰 저 아이, 보여? 이럴 수가! 외국인이야. 그것도... 아랍 사람 같은데?
교복을 입었는데. 머리에 쓰는 그것은 없어. 그... 뭐지... 히잡인가. 안 써도 되나?
그 왼쪽엔 안경 쓴 아이가 있어. 저 아이 일까? 작은 눈이 반짝반짝. 까만 단발머리가 찰랑찰랑. 무척 똘똘해 보여. 눈이...살아있네!
[[다음페이지로->Y_4]]
아이들이 너를 둘러쌌어. 긴장되고 쑥쓰러운 상황이야.
“서울은 어땠어?”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이방인이 된 기분. 이 교실에서 외국인은 사라가 아니라 너 처럼 느껴져. 미술반 아이들은 네게 관심을 보이고 있어. 어쩐지 긍정적인 이 분위기. 좋아. 나쁘지 않아.
딩동댕동~ 딩동댕~
사라는 자기 스케치북이랑 미술 도구를 너에게 빌려줬어. 그렇게 너는 사라 옆에서 한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어. 네가 그린 건... 음... 뭔지 모르겠는데? 하긴 오늘은 그림에 집중하기 어려웠지. 친구들이 계속 말을 걸었기 때문이야.
덕분에 미술반은 몹시 시끄러워. 여긴 말이지... 그림 그리기가 제일 중요한 곳은 아닌가봐. 연필이나 붓을 들고 떠는 곳 같아.
아이들은 네게 많은 질문을 했어. 자기들 이야기는... 질문 보다 훨씬 더 많이 했지.
재잘재잘 수다쟁이들이군.
[[다음페이지로->L_2]]
저 외국인 아이랑 단 둘이 교실에 있을 순 없어. 넌 일단 교실 문을 닫고 복도로 나갔어. 누군가 말이 통할만한 사람이 올때까지 기다리려고.
드르륵.
네가 닫은 문이 안쪽에서 다시 열렸어. 눈 큰 외국인 소녀가 문을 열고 나온거야. 맞아. 그 중동 소녀.
눈이 커다란 중동 소녀가 네게 말을 건다. “여긴 미술반인데... 너 왜 들어왔다 그냥 나가? 누구 찾는 사람있어?”
“................ 어, 미안... 나... 잘 몰라서. 여기가... 미술반이야?”
“응, 난 사라라고 해. 넌?”
“난 이연진, 3학년 3반으로 전학왔어. 미술반으로 가래서…”
“들어와서 아무데나 앉아, 3반에 미술반 없었는데 이제 생겼네. 환영!”
사라가 네게 먼저 말을 걸었는걸? 넌 교실 문쪽 가까운 자리에 앉았어. 어느 새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선생님도 오셨어.
“3반, 이연진!” 미술반 선생님이 널 불렀어.
“앞으로 나와봐, 전학생 소개!”
이거 진짜 쑥쓰러운 상황인데 넌 얼른 해치우자 싶었지.
“난 이연진이야. 3학년 3반이고. 서울에서 전학왔어. 서울 잠실. 잘 지내자.”
짝짝짝. 형식적인 박수가 나왔어. 그런거지 뭐. 이어지는 선생님 말씀.
“사라, 연진이한테 미술반 재료 준비하는 거 잘 알려주고. 모두 잘 지내보도록 해. 학교 생활에 대해서 서로 도움주고.”
“네!” 사라의 목소리는 정말 씩씩했어.
정말 너와 잘 지내고 싶다는 목소리야. 그런 느낌... 이미 알잖아?
[[다음페이지로 ->K_12 유쾌한 그녀에게 다가가는 법]] 동아리 활동을 마무리 할 시간이야.
“저기...이거 잘 썼어. 다음주엔 필요한 것들 내가 준비해 올께. 고마워 사라.”
“뭘, 종이 한장 빌려준 것 가지고… 준비물은 저 바구니에 넣어두면 돼. 그리고 얘들아 잠깐만!”
사라는 교실을 나가려는 아이들을 향해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소리쳤어.
“얘들아! 얘들아! 이번 주 금요일에 모두 우리 집에 올래? 아는 아저씨가 결혼하는데, 집에서 파티를 열꺼야. 미술반~!! 야!! 모두 신나게 놀자!”
“아는 아저씨? 우리가 아는 아저씨?” 미술반의 한 아이가 물었어.
“아니! 너희는 모르지. 내가 아는 동네 시리아 노총각 아저씨! 오빠라고 부르라더라. 하하하하.”
“그런데 우리가 가도 돼? 알지도 못하는데?”
“학원 있는데, 끝나고 가도 돼?” 미술반 아이들이 사라에게 물었어.
“밤 샌다니까. 엄마 허락만 각자 받고 와라! 가출 신고하실라!”
"정말... 우리들이 가도 안 이상해?"
“당연하지! 결혼이잖아!” 사라가 목소리를 높혔어.
[[다음페이지로->K_16 나도 가도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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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말이 맞았어.
넌 조금 걱정하는 마음과 어색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사라의 아는 아저씨, 하만의 결혼식은 전학 온 첫날 학교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고.
네가 누구의 친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어.
그저 하만 부부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느라 들뜨고 활기찼지.
흥겨운 음악과 함께 즐겁게 춤을 추면서 말이야.
너는 난생 처음 듣는 음악에 맞춰 흔들흔들...춤을추며 돌아다녔어. 조금도 어색함 없이.
[[다음페이지로->F_1]]
너는 진짜 오랫만에 배에 힘을 주고 말했어. 그만큼 용기가 필요했으니까.
"사라, 그런데.. 저기... 일단... 너 이 근처 맛있는 떡볶이 집 알면... 소개해 줄래? 아직 동네에 대해서 아는게 없어서. 같이 가면 더 좋지만... 너... 혹시... 시간 되니? 아니... 떡볶이 먹니?"
사라는 너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어. 어이 없다는 듯 어깨도 으쓱하면서 말야.
"오. 떡볶이라니 거절 할 수 없는 제안인데? 떡볶이를 먹냐는 질문은 뭐야? 없어서 못먹지!
나 돼지고기 빼곤 안 먹는 음식 거의 없어. 엄마손즉떡으로 갈까? 지금 바로! 롸잇 나우!!"
[[다음페이지로->Y_10]]
"삼촌은 터키에 있다고 했잖아. 연락이 되는 거야?"
"응응! 삼촌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해 주거든."
"시리아 사람들도 페이스북을 하는구나?"
"아.... 이연진, 너 무슨 소리하냐. 훗." 사라는 황당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어.
"스마트폰은 필수품이야. 특히나 활동가들, 난민들에게는 생명을 지켜주는 연락 수단이지. 궁금해? 샤이먀 삼촌의 페이스북 보여줄까?"
[[삼촌의 페이스북에 접속하려면 ->K_ 29 아랍어 능력자, 사라]]
[[네가 직접 시리아에 대해 알아보려면->K_41 찾아라 시리아]] 얄다와 사라는 아름다운 유프라테스 강변의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4년 전, 사라가 한국으로 떠나오기 전까지 이웃에서 함께 살았어.
둘도 없는 단짝 친구.
그래서 얄라와 사라의 추억은 나뉠 수가 없어.
아름드리 살구나무가 있어서 해마다 봄이되면 향긋한 꽃내음과 바구니 가득 달콤한 살구를 딸 수 있는 그곳.
그래, 바로 그곳이 사라의 집이야.
아이들이 많았어. 그만큼 웃음도 많았지.
달리고 넘어지고 꽃과 과일을 가지고 놀다보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어.
"얄다~ 사라~ 파이가 다 구워졌어~ 어디있니? 사라! 얄다!"
[[다음페이지로->B_18 햇살 아래서]]
너는 조금 망설였지만, 사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들이 생겼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친구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
전학 온 너를 사라가 친구로 대해주고 너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준 것과 비슷하게. 네가 사라에게 너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과 비슷해.
"사라, 넌 어떻게 해서 한국에 오게되었어? 한국으로 오면서 얄다랑 헤어지게 된거야?"
"응..."
"나도 이사오면서 이전 학교 친구들하고 헤어지게 됬어."
"난 모든 것이 달라졌어."
"그래, 네 주변의 모든 것이 달라졌지. 하지만 너는 달라지지 않았을꺼야. "
"맞아, 나는 여전히 사라. 그게 나라는 사실은 같아"
[[다음페이지로->B_21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딩동댕동 딩동댕동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너의 쉬는 시간은 분주해. 엄마 아빠가 싸준 간식을 친구들과 함께 먹을 시간이라고.
사라와 미라. 이 녀석들 쨈 냄새를 맡았는지 벌써 네 책상 옆에 와 있다.
네 간식? 잘 구운 토스트 빵과 다양한 과일 쨈. 오늘은 딸기쨈과 복숭아를 가져왔어.
엄마 아빠는 식당 일로 이른 아침 부터 밤 늦게 까지 일을 하시지. 그런데, 취미가 있으셔. 바로 잼 만들기.
그래서일까.
넌 살구쨈에 관한 추억이 있는 사라의 이야기가 더 와닿았던 거 같아.
연진이 너도. 네 가족도. 생각해 보면 많이 바쁘고 어려웠지만 계절마다 제철 과일을 잔뜩 사서 다 함께 쨈을 만드는 일을 거른 적 없으니까.
너에게도 집에서 직접만든 달콤한 쨈은 행복의 상징이야. 엄마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혼자서 아침을 챙기고, 간식을 먹는 날이 많았지만 냉장고에 예쁘게 정리된 수제쨈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 오랜 시간 땀을 흘리며 함께 젓지 않으면 이런 달콤함을 만들 수 없지.
깨끗하게 씻겨진 과일은 자체로 이미 보석이야.
[[다음페이지로->B_24 쨈? 살구쨈?]]
아랍 외국인이 미술반 반장이라니… 넌 사실 좀 놀라웠어. 서울에선 경험하지 못한 일이니까.
사라는 아주 쾌활해. 미술 동아리 수업 시간 내내 아이들을 웃기고 제일 많이 떠들었어.
너에게도 계속 말을 걸면서.
넌 사실 새로운 동아리에서의 첫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할말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 하지만 너를 봐. 사라 덕분에 많은 말을 하게 되었어. 이런 상황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넌 용기를 좀 더 내기로 했어. 낯선 곳으로 왔으니 새 친구를 사귀어 보자.
떢복이 먹으러 가자고 해볼까? 어차피 알아두어야 하는 너무나 중요한 정보잖아? 맛있는 분식집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건 제대로된 학교 생활이라고 할 수도 없어.
아...아냐… 다시 생각해 보자. 아직 좀 성급한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아이들 뿐인데 위험하지 않을까? 넌 사라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잖아.
저 큰 눈을 가진 소녀가 사실 아주 무서운 아이라면... 넌 어떻게 할래?
[[복잡하게 생각마. 사라에게 떡볶이 먹자고 해.->B_1 엄마손 즉석 떡복이]]
[[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다음을 기약하자. ->K_15 사라의 초대]]
사라와 너, 그리고 미술반 친구들은 보글보글 끓는 즉석떡볶이 냄비 앞에 둘러앉았어.
특별한 날, 새로운 친구들에게 쓰는 용돈은 아깝지 않지.
"사라는 우리랑 초등학교 때 부터 친구야" 동그란 얼굴에 안경 쓴 이 아이는 미라. 미술반이야.
미술반이긴 한데... 미라는 오늘 미술반에서 그 무엇도 그리지 않았지. 정말 단 한줄도. 선 하나 긋지 않았어. 교실 곳곳을 누비며 떠들기만 했어. 미술을 입으로 하는 스타일이더라.
"그러니까 벌써 5년전이다."
"미술반 반장이니까, 여기 온지 꽤 되었겠다 생각했어." 너는 냄비 속의 라면 사리를 뒤적이며 거들었어.
"좀 이상했어? 내가 미술반 반장이라서?"
"신선했다고 하는게 더 맞지. 나 시리아 사람은 처음 봐. 아니 아랍 사람도 처음봤어.사실 반장이라고 해서 조금 놀랐어. 나도 못해본 반장을... "
[[다음페이지로->Y_11]]
사라가 추천한 엄마손 즉석 떡볶이는 널 실망시키지 않았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매콤달콤 야들야들한 맛.
떡볶이의 매력적인 맛과 질감을 말로 요런 정도 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
제대로된 맛 표현을 꼭 찾아야 할텐데 말이야.
그런데, 이 시선은 뭘까...어쩐지 서늘한걸?
아까부터 네 옆 테이블에 아저씨 한명이 너와 사라, 친구들을 흘끔거리며 기분 나쁘게 쳐다보고 있어.
얼굴이 울긋불긋하고 키가 자그마한 아저씨는 뭔가 화가난 얼굴이야. 주문한 라면도 한 젓가락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어.
[[다음페이지로-> B_4 소리치는 아저씨]]
이런 상황에서... 너도 어쩔 수 없었다고!
정말이지 처음 겪는 일이잖아. 뉴스에서만 보던 황당하고 화나는 사건이 네가 평화롭게 떡볶이를 먹고 있을 때 일어나다니.
네가 사라와 친구가 되려고 맘먹은 상황이었고.
황당하고 어이없고 화가나지만.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저 아저씨들은 정말 이상하지만, 그저 피할 수 밖에. 사라와 친구들을 데리고 나와야 해.
"얘들아, 상대하지 말고 조용히 피하자"
"왜? 왜? 우리가 피해야 하지? 이상하고 아니 나쁜 건 저 아저씨들이잖아!"
"그러다 큰 싸움나거나 누가 다치면 어떻게 해...." 넌 어느새 목소리가 작아지고 주변 눈치를 보기 시작했어.
[[다음페이지로->B_7 지지않는 사라]]"도와주세요! 저 아저씨 신고 좀 해주세요!" 너는 크게 소리를 질렀어.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난거지?
너도 네 목소리에 놀랄 정도로 큰 소리였어. 네 목소리에 네가 깨어난 기분...그런거 느꼈지.
사람들이 모두 너를 쳐다보았어.
"저 아저씨가 내 친구에게 욕하고...자기 나라로 돌아가라고?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니 행패에요?"
" 뭐? 이 미친X, 넌 왜 저 IS하고 어울리는거야? 너도 테러리스트야?"
"이 아저씨가 정말!" 미라도 화가나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어.
[[다음페이지로->Y_14]]
미술반 반장이 외국인이라니. 안산이 국제적인 도시라는 말은 들었지만. 진짜네.
넌 창가쪽 빈 자리에 앉았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 준비할 것도 없었지.
사라가 다시 너에게 온다. 좀 긴장되는 걸. 이번엔 손에 뭘 들었어. 게다가 교실로 하나 둘씩 아이들이 들어오고 있잖아. 아. 뭐지... 또 뻘쭘해지긴 싫은데...
“너 이름이 뭐라고했지? 미안 까먹었어. 동아리 출석부에 적으려고”
“이연진, 3학년 3반”
“내가 네 옆에 앉을까?” 사라가 의자를 끌어 당겼어.
사라는 적극적이야. 반장이라 그런가. 어쩌면 순서가 바뀐거 아냐?
적극적이니까 반장이 되었겠지!
[[다음페이지로->Y_7 사라와의 대화]] 솔직히 넌 시리아가 정확히 어디있는지도 모르잖아. 시리아라니. 시리아 내전, 난민…. 그 정도 아는거지.
그런데 사라는 씩씩하고... 이런 말 그렇지만... 멀쩡해 보이는데? 넌 시리아 사람이라면 어쩐지 슬픈 얼굴일꺼라 생각잖아. 하지만 그렇지 않은걸?
사라는 거리낌없이 너에게 말을 걸고, 자기 이야기를 해.
사라에겐 시리아에 단짝 친구가 있었데. 이름은 얄다. 엄청난 꼽쓸머리에 말광량이라 연진이 네 머리를 보니 그 친구가 생각난다며 웃잖아.
사라와 얄다는 뭐든 함께하는 친구였는데, 사라가 한국에 오면서 헤어지고 말았데. 금방 돌아갈 수 있을꺼라 생각했지만 5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이고 말야.
네 울트라 꼬블 머리는 정말 대단한데, 시리아에도 한명 더 있다니 너 나중에 꼭 얄다를 만나야 겠다. 한번 본적도 없는 나라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이렇게 떠들다니... 덕분에 너도 최근 며칠을 통틀어 가장 많은 말을 한거 같다.
안산에서 네게 처음 말을 건 친구가 시리아 사람 사라가 될 줄이야. 이연진. 이건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지?
넌 이곳에서의 생활에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어. 사라 덕분이야.
뭔가 새로운 일들을 이곳 미술반에서, 사라와 함께 경험하게 될 것 같은 기대감.
아.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고 있어.
[[다음 페이지로->K_15 사라의 초대]]
"아저씨! 그만해요!"
"아저씨! 뭐에요?"
"어린 학생들한테, 지금 무슨 행패야!"
다른 테이블에서 떡볶이를 먹던 사람들도 인상을 찌뿌리며 아저씨에게 한 마디씩 하기시작했어. 몇몇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아저씨를 영상에 담기 시작했고 말야.
너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어. 그래 너도 영상 촬영을 해야겠다.
여전히 사라의 한 손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작동시켰어. 이상한 아저씨는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더 큰 목소리로 거친 욕을 시작해.
"XXX,IS, 꺼져!, 네 나라로 돌아가라구! 카메라는 치워!! 이거 초상권 침해야!"
어디서 주워들은 소리는 있나봐. 초상권이라 떠느는 것을 보니.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서 저 아저씨랑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도움을 청하자. 경찰의 도움이 필요해.
[[다음페이지로-> B_10 더 많은 친구들]]
경찰은 빨간 얼굴 아저씨에게 왜 가만있는 학생들에게 이러느냐며 아저씨를 데리고 떠났어.
아저씨는 끝까지 고성을 질러대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후진 말들만 용케 집어서 아무한테나 퍼부어 대더라.
너는 얼굴 빨간 아저씨가 불쌍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했어.
아저씨가 떠나고 난뒤, 떡볶이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너희들은 기운이 쏙 빠진 상태가 되었지.
이런... 정말 짜증난다.
[[다음페이지로->Y_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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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B_18.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달콤한 타르트 향은 엄마의 목소리를 타고 살구나무 사이에서 뛰어 오는 얄다와 사라에게로 날아왔어.
얄다와 사라는 살구바구니를 들고 엄마에게 달려가지. "엄마!"
얄다의 엄마였을까, 사라의 엄마였을까. 둘에게 그런 구분은 없었어.
어느 나무에서 나온 살구향인지 중요치 않은 것 처럼.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따뜻함을 나누어 주는 햇살 처럼.
세상에서 제일 예쁜, 맑은 주황빛 시리아 살구로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햇살과 나무가 있는 우리 마을에서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사랑을 만들어 주는 엄마.
"사라! 많이 땄어? 이제 타르트를 먹으러 가자!”
"난 열개 먹을꺼야!"
"난 백개!"
"하하하하하, 백개? 그러다가는 얄라, 네가 살구나무가 되어 버리겠다"
"이제 집으로 가자!"
"집으로!!!!"
얄다와 사라, 두 소녀는 엄마 손을 잡고 서로를 마주보며 달렸어.
이마를 타고 흐른 그것은 땀이었을까, 쨈 처럼 달콤했는데...
이마를 타고 흐른 그것은 바람이었을까, 타르트 처럼 바삭했었는데....
[[옛 추억에 빠진 사라를 불러봐. ->B_19 사라! 매점가자]]
[[사라에게 얄다의 소식을 물어봐. ->B_20 얄다는 지금 어디에 있어?]]
"사라!"
"... 응?" 사라는 갑자기 추억에서 빠져나온 듯 깜짝 놀랐어.
"나 친척들 결혼식에 몇번 가본적 있었지만 다 재미 없었거든" 너는 사라를 바라보며 말했어.
"그래, 대부분... 한국 결혼식은... 비슷비슷하고 어른들끼리만 하는 행사잖아"
"시리아 결혼 파티는 진짜 달랐어!, 진짜 신나게 놀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무슨 음익인지도 모르겠는데, 나 모르는 사람들이랑 그렇게 춤을 춰본것도 처음이야"
"신기한 건, 어색하지 않는 것"
"함정은 파티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우리가 더 뚱뚱이가 됬다는 것이지"
"아니야, 너넨 지금 최고 예쁜 살구가 된거라고!"
"사라, 그렇다고 나를 살구 타르트로 만들면 곤란해!"
[[다음페이지로->L_10]]
너는 집으로 돌아와 사라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했어.
때때로 그림 일기장 처럼 쓰는 작은 스케치북을 꺼내서 사라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그건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얄다..... 얄다...."
"응? 무슨 일이야? 사라, 너 무슨 일 있어?"
"우리는 내일 아침에 시리아를 떠날꺼야....아빠가 계신 한국으로."
"알아....엄마한테 들었어. 그곳은 먼 곳이라고? 사라...난..난 한국이 어디있는지도 몰라.
너네 아빠는 한국이랑 자동차 일을 오래하셨으니까.... 시리아는 점점 위험해 지나봐...나도 너랑 같이 가고 싶지만. 우린 이곳에 남아야 해. "
"나도 한국이 어딘지 몰라. 무섭기만 해.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한데...."
".............."
".............."
[[다음페이지로->B_22 요리사와 농부]]
넌 아침이 밝아오기를 기다렸어.
밤이 이렇게 길었나 싶었지. 언제 잠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은 아침 6시에 반짝 눈이 떠 졌어.
전학을 오던 첫날과는 아주 달라. 오늘도 여전한 꼽슬 머리를 빗고 아침을 먹고 등교를 준비하지만... 네 마음은 어쩐지 들떠 있어.
사라의 초대를 받고 흥겨운 시리아 결혼식에 다녀온 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넌 시리아를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샤이만 삼촌이 하는 일에 대해서, 시리아에 남겨진 얄다에 대해서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어.
왜? 사라와 친구가 되었으니까.
[[다음페이지로->F_21]]
<audio src="sounds/K_59.mp3" autoplay></audio>
"엄마! 내 친구 사라에요! 그리고 이쪽은 사라의 부모님!"
"안녕하세요! 연진이 엄마에요, 연진이 아빠는... 아니 이 양반 어디갔지?"
"아빠는 지금 쨈을 병에 담고 계세요!"
"아휴...반갑습니다. 감사해요. 연진이가 앞장서서 바자회를 준비했다고 들었어요"
"별말씀을요. 아이들이 참 기특하죠. 사라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학교 아이들이 앞다퉈 함께 했어요. 저희는... 그저... 쨈 만드는 법, 알려주신 레시피로 만드는 법만 아주 조금 도와준 걸요"
"이렇게 가게도 내어 주시고..."
"식당은 원래 오늘 휴무일이였어요! 부담 갖지 마세요.... 쨈 만드는 건, 원래 우리 가족의 취미 생활이었구요"
"저희들도 시리아에 있을땐 정말 많은 쨈을 만들었답니다"
"네. 그것 정말 즐거운 일이죠. 무엇보다... 연진이, 사라 여기 학교 친구들이랑 쨈을 만들면서 저도 아이들과 친해졌어요"
[[다음페이지로->L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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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K_98.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자자, 얘들아 오늘은 정말 열심히 쨈을 팔아보자. 모두 즐겁게 알지?"
앞치마를 두른 아빠가 다가오시며 힘차게 말씀하셨어.
아빠의 앞치마에 쓰여진 문구. "SWEET SYRIA, SMILE AGAIN"가 선명해 보여.
"이거... 앞치마에 쓰여진 슬로건! 진짜 맘에 든다. 누가 만든거니?" 사라의 엄마가 미소 머금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어보시네.
"우리 모두!! 다 같이!!!"
"우리, 얄다의 웃음을 생각했어요."
"잠시라도 웃을 수 있게!"
"다시 행복하게 웃는 그날을 위해서!"
너는 사라의 손을 잡았어. 어디서 쨈이 뭍었나, 너와 사라의 손은 달콤하게 끈적 거렸어.
"이렇게...얄다의 손도 잡고 싶어, 살구가 뭍은 손으로"
"그렇게 될꺼야, 사라"
"자!!! 여러분!!!! 바자회를 시작합시다!"
"SWEET SYRIA, SMILE AGAIN!"
"우와!"
오늘 바자회, 어떻게 될까?
[[내 생각은 말야!->K_97 정연의 이야기]]
[[내 생각은 좀 다른 걸...-> K_96 미라의 이야기]]
사라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너에게 샤이마 삼촌의 페이스북을 보여주었어.
처음 보는 알 수 없는 꼬불꼬불 아랍의 글자들... 낯선 사진과 그림, 글들이 가득하네.
사라의 결혼식 초대로 갔을 때 집에서 봤던 글자와 사진들이야. 결혼식에서 들었던 음악도 페이스북 자동 재생으로 흘러나오고.
뭐야...글자만 다르지 너와 친구들의 페이스북이랑 똑같잖아!
그런데 한 가지, 작지만 큰 문제가 있어. 너는 사라가 보여준 글을 하나도 읽을 수 없었어. 아랍어를 모르거든.
너는 우물쭈물 사라를 바라보았어.
그래....사라는 시리아 사람이지. 그런데... 이 아이...정말 아랍어를 알까?
[[다음페이지로->Y_33]]
넌 말야. 샤이마 삼촌한테 마음이 확 끌려버린 것 같은 느낌이던데.
사라한테 완전 의지해서 샤이마 삼촌의 글을 한줄 한줄 따라가고 있잖아.
"역시...너무 잘생겼어" 넌 너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고 말았어.
"응?"
주변에 흥겨운 아랍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지 않았더라면 사라와 친구들 모두 네 중얼 거리는 소리를 들었을꺼야.
조심해. 넌 1분만에 사랑에 빠진것 같으니까.
[[다음페이지로->K_34 인사를 전하는 샤이마 삼촌]]
" 소금, 약품, 밀가루, 분유... 이번엔 이런 구성입니다.
난민들의 생명을 지켜줄, 소중한 물건들이에요.
하지만 구호품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도움에 비해 언제나 부족한 것 같아요.
시리아를 돕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무엇이든, 작은 것이라도 우리 형제와 자매를 위한 자원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나 더... 돈도 중요하지만 관심과 애정... 정말 필요해요"
[[다음페이지로->K_235 시리아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삼촌은 터키에 계신다면서?"
"응. 공포스러운 폭격을 뚫고....시리아를 가까스로 탈출하셨지"
"터키로 탈출 하신 뒤에 시리아에 남아 있는 난민들을 돕고 계시는구나"
"난... 시리아엔 민간인이 더 이상 살지 않는 줄 알았어. 모두 난민 캠프에 사는 줄 알았는데...."
"맞아...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삼촌은 터키로 일찍 넘어와 활동가로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샤이마 삼촌의 글을 좀 더 읽어줘"
"그래, 좋아...." 사라는 글을 계속 읽어 내려갔어.
"난민 캠프에 머물러야만 하는 답답한 상태지만... 그래도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안전이 보장된 사람들입니다. 아직도 시리아 안에선 난민캠프로 이동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음페이지로->K_236 시리아 사진 보기]]
지난 주 구호활동을 위해 시리아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급작스러운 폭격을 겪었습니다.
무너진 여러 건물들 중 어느 한 곳으로 뛰어 들어간 우리는 폭격이 잦아지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죠.
그때, 무너진 건물 반대편에서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어요.
포격이 끝나자, 놀랍게도 그 폐허 속에서 중년의 한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놀랍게도 한 가족이, 모든 것이 파괴된 그 건물에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놀라셨죠? 국경을 넘어 오셨나요? 반갑습니다. 도움이 필요했는데 다행이에요"
나즉하고 굵은 아저씨의 목소리는...빠른 속도였고... 조금 떨리고 있었지만. 그러나 미소가 머금어진 친절하고 따뜻한 음성이었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라 아저씨에게 다가갔습니다. 2층은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있었고, 가구도 엉망이었어요.
건물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그곳에 사는 사람은 아저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섯 명의 가족이 흙먼지 가득한 건물안 곳곳에 신기하게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습니다.
[[다음페이지로->Y_41]]
너는 사라의 스마트폰을 넘겨 받아 몇장의 사진을 더 살펴 보았어.
시리아 국경 근처의 난민촌 사진들, 모든 것이 파괴된 집에 살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의 모습.
"이 밴드는 뭐지?"
"난민 캠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분류하는 칼라 밴드야."
"파랑은 정식으로 등록된 보호자가 있는 난민 어린이, 노랑은 싱글맘, 장애아, 성폭력 피해를 입은 특별 보호가 필요한 난민 어린이, 하얀 밴드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그래서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 난민, 그러니까...말하자면 고아...."
"밴드 색으로 구분 해?"
"응. 색으로, 그리고 숫자로. 난민 아이들은 그렇게 고유한 번호가 있어."
[[다음페이지로->K_39 변해버린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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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섭섭한데. 아빠도 기다리고 계셔<tom> 8:10</tom></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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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아니에요. 지금 들어갈께요. 친구들한테 이야기 하구요. .<tom> :13</tom></yoyo>
]
}
<==
[[다음페이지로->F_3]]
벅찬 하루였다.
배운 것도 많았고, 좋은 친구도 사귀었지만.
맞춰볼까? 넌 좀 부담스러웠어.
"난 아주 평범하고.... 일에 익숙하지 않잖아"
넌 혼잣말을 했어.
사라에 대한 미안함 같은 거였니?
사라와 친구들을 두고 집으로 먼저 왔기 때문에?
아쉬워 하는 눈빛을 읽은 거야?
하긴...네가 집으로 돌아올때도 미라와 친구들은 계속 사라의 곁에서 시리아 이야기를 듣고 있어지.
"사라는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어. 시간을 주려고 했다고!!"
누가 뭐랬어? 그렇다는 이야기야.
시리아, 난민...사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잖아.
네가 꼭 나서서 어떤 행동을 해야할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에게 아직 확신이 없다면 시간을 갖고 생각해봐.
그건 잘못이 아니야.
넌 앞으로 더 깊이 생각하게 될테니까.
[[다음 페이지로->B_13 집이야, 안심해]]
"판매 수익금, 75만원!"
"기부금 20만원"
"95만원!"
하루종일 힘들고 바빴지?
정말 의미있고 값진 기부금이 모였어. 대단하다. 이연진. 네가, 네 친구들과 함께 해냈네.
"사라, 돈을 어떻게 시리아에 전달하지?"
"샤이마 삼촌에게 직접 전하는 거야?"
"헬프 시리아라는 구호 단체가 한국에 있어. 샤이마 삼촌과 함께 일하는, 한국에 있는 시리아 구호 단체"
사라는 헬프시리아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여주었어.
"시리아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오빠. 이 오빠가 시리아 최초의 한국 유학생이야. 압둘 와합 사무국장 오빠한테 연락하면 돼. 우리집도 보통 샤이마 삼촌에게 돈을 전달할때, 헬프 시리아를 통해서 보내. 샤이마 삼촌이 헬프 시리아와 함께 일하시거든"
"와합오빠! 헬프 시리아... 지금 전화를 하자! 페이지가 있어"
"응, 홈페이지 정보로 보내면 되는데...이 돈으로 꼭 살구쨈을 사달라고 해줘"
너는 빠뜨지 않으려고 챙겨 말했어.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
"걱정마. 행복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어야지!"
"얄다를 위해서?"
"응, 그리고 시리아를 위해서."
[[와합에게 전화를 걸자 -> K_95 헬프 시리아2]]
이런 날도 있구나.
여느때 처럼 저녁을 먹은 너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는 대신 컴퓨터를 켜고 시리아 내전에 대해 검색을 하기 시작했어.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해.
솔직히 말해서. 넌 시리아가 터키와 이라크, 레바논, 이스라엘과 국경을 나란히 하고 있는지도 몰랐잖아.
하지만 괜찮아. 이제 알게 되었으니까. 기사를 읽어 봐.
"알레포는 번화한 대도시이자 중세 건축물과 문화 유산으로 알려진 관광 명소였다. 시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알레포는 2006년 '이슬람 문화의 수도'로서 UN이 지정한 세계 유산이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람들이 계속 거주해 온 도시 중 하나다."
정말? 이거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군. 너도 몰랐지? 좀 더 읽어 봐.
"2011년부터 6년간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은 시리아 국토를 초토화했다. 정부군과 반군의 격전지였던 알레포,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한 락까, 팔미라 등 대부분의 대도시가 전쟁터가 됐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장기 독재에 반대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강대국이 개입하면서....."
[[다음페이지로->Y_18]]
시리아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열려있는 유구한 전통이 있는 나라야.
단일민족, 단일언어에 익숙한 네가 시리아에 가면 놀라고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을껄.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관용은 문화적으로 본다면 과거의 시리아가 우리 보다 한 수위라고 보아도 좋아.
"과거?"
그래. 맞아 과거. 안타깝게도 40년 넘게 이어진 지독한 독재는 권위주의와 폐쇄성을 높이고 말았어.
"활기차고, 흥도 많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시리아 사람들의 기질이 두려웠을까"
하지만 DNA라는 것이 쉽게 사라지지 않잖아. 결혼식에서 연진이 네가 직접 확인했지.
그들은 자유분방하고 솔직하고...씩씩하고 건강해...
미술반 반장, 사라처럼 말이야.
[[다음페이지로->Y_20]]
넌 계속 해서 인터넷 바다를 헤엄치고 있어.
시리아에 대해 궁금한게 많은데 그동안 깜깜했다는게 놀라울 정도인걸?
잘 시간이 지났다는 것도 잊은 채로 말이야.
네 눈을 끄는 기사가 있어. 아즈락 난민 캠프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영상이야.
<기자 보도>
취재진이 방문한 곳은 시리아와 불과 50km 떨어진 '아즈락 난민 캠프'입니다.
요르단 정부와 현지 구호단체의 동의가 없으면 촬영이 불가능한 곳으로 이번 취재는 요르단군 정보요원과 월드비전이 동행했습니다.
"사마르 씨의 집이라..."
캠프안을 가득 채운 흰 텐트. 캐러밴이라고 불리는 간이 주거지야.
제법 구조가 집을 닮아있어. 부엌도 있고 방도 나뉘어 있네.
캐러밴을 가정집처럼 꾸미는 것은 최대한 시리아에서 살던 때와 비슷해 지려는 엄마 아빠들의 노력이야. 가족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니까.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사마르 가족의 아이들은 지금 보다 훨씬 힘들었겠지.
[[다음페이지로->K_47 기사 더 보기]]
이곳은 네 꿈 속이야.
"꿈?"
그래 꿈. 넌 꿈을 꾸고 있어.
"여기는?? 뭔가 익숙한데?"
맞아. 시리아야. 사라의 시리아. 얄다의 시리아. 아름다운 그곳.
"정말 아름답다. 사라가 말해준 그대로네..."
그렇지? 사라가 말한대로 살구나무도 많고, 저 넓고 큰 강이 유프라테스야.
"낚시 하는 사람들이 있어!"
물론이지. 유프라테스 강은 비옥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인류 문명의 보물창고 잖아.
저 멋진 모스크를 봐. 비옥한 초원은 어떻고. 활기찬 시장을 보렴.
"다시 결혼식에 온 기분이야. 어? 어?"
[[다음페이지로->K_46 ]]
이곳은 꿈 속이야.
멀리서 흐릿하게 망가진 건물과 급하게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하지만 곧 연기가 뭉게뭉게 피오르더니 이내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어.
다시 나타난 풍경은 꽃밭이야.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멀리선 새소리가 들려.
그리고 친구들의 목소리도 들리네. 너는 그곳으로 향해 걷기 시작했어.
그래. 사라를 만났던 것도, 시리아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다 우연이지. 네가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변하는 것은 없어.
그냥 평범하게, 평소와 같은 삶을 살 뿐이지.
괜찮아. 아직은. 시리아를 가깝게 느끼기엔... 넌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
[THE END NO.2]
[[이야기 나가기->K_100 이야기 나가기]]
"사라, 안녕!"
"와합 오빠, 안녕하세요. 제 친구들이에요"
"반갑다 얘들아."
"와합 오빠 안녕하세요!"
"사라한테 이야기들었어. 연진이가 누구지? 시리아를 위한 쨈을 만들었다고?"
"저...저예요.... 안녕하세요"
이런. 네 가슴은 또 쿵쿵 뛰고 있어.
와합 오빠는 네가 늘 그리던 만화 주인공이랑 너무나 닮았거든.
짙은 눈썹, 긴 속눈썹, 우묵하게 들어간... 엄청 큰 눈... 게다가 큰 키에 가무잡잡한 피부랑... 미소를 머금은 그윽한 표정까지.
넌 잠시 샤이마 삼촌이 떠오르지 않았어.
미안. 샤이마 삼촌.
[[다음페이지로->Y_27]] <audio src="sounds/K_78.mp3" autoplay></audio>
"와합!"
"샤이마!"
공항에서 만난 와합과 샤이마는 반가움에 힘찬 악수를 했어.
페이스북과 메신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만나서 손을 잡는 것은 또 다른 감정인거 같아.
"어서 움직이자, 시간이 부족해. 지금 상황이 점점 심각해 지고 있어."
"그래, 알아 물품 구입 목록은 점검했어?"
"물론이지, 이미 주문도 넣어두었어."
"살구쨈은?"
"사라의 특급 요청이잖아. 얄다를 위한"
"사라의 친구들도 만나고 왔어, 기운찬 소녀들."
"사라도 보고싶다. 터키에 한번 왔으면 좋겠어."
"그래,하지만 쉬운일이 아니잖아."
"어서가자, 구호 상자에 행복을 위한 빈 자리를 마련해야지?"
"좋아, 가자!"
[[다음페이지로-> K_79 터키와 한국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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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K_82.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이거 정말, 길이 점점 말이 안되는 걸"
"투덜거리지마. 길이 남아 있는게 어디라고..."
"내 말이 그말이야. 정말 남아만 있는 길이지 온통 폭격 구명이 나 있잖아"
"도로 표지판이 없어서 우리가 맞게 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네비게이션에 신경써봐. 집중해야 해"
"길이 끊어진 것을 구글이 모르는것 같은데..."
구호품을 실은 버스는 그렇게 한참을 울퉁불퉁한 길을 달렸어.
"만나기로 한 사원이 여기서 왼쪽 길이야? 오른쪽길?"
"아...헷갈리는데...."
"잠깐 세울께"
"맵을 다시 살펴보자구"
"아. 여기구나!"
"그러네!"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면->K_183 오른쪽 길을 따라서]]
[[왼쪽 길을 선택한다면 ->K_83 왼쪽 길을 따라서]]<audio src="sounds/K_83.mp3" autoplay></audio>
"길을 제대로 찾은거 같지?"
"응, 저 멀리 사원이 보이잖아"
"연락이 잘 되었어야 했는데... 많이 모여있을까?"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야. 어서 전달하고 우리도 마을로 돌아가야지."
"하긴, 우리도 난리 중에 사는데 다 비슷한 상황이지"
"어서가자! 고물차야! 힘을 내보자!"
쿠쿠쿵
쿠쿠쿵
쿠쿠쿵
멀리 뒤쪽에서 폭격음이 들린다.
"멈춰!"
"아..... 반대 방향에서 나는 소리 같아"
"일단 차에서 내려!"
"몸을 숨기자고!"
쿠쿠쿵쿠쿠쿵
쿠쿠쿵쿵쿵쿵
한동안 폭격 소리가 들려왔어.
아저씨들은 길 아래쪽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폭격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가슴이 쿵쿵 뛰는 소리가 서로에게 들리는 것 같아. 폭격 소리보다 크게 느껴질 정도라고.
"지나간 것 같아"
"서두르자"
"거의 다 왔어..."
"메시지를 보냈어. 곧 도착한다고"
[[다음페이지로->K_84 행복을 기원하는 상자]]"헬프 시리아, 와합! 오랫만에 직접 왔네?"
"카단! 안녕하셨어요. 오랫만에 왔습니다"
"무사하니 다행이야. 작은 상자들?"
"네, 작지만 알찬 상자들이요"
"좋아, 헬프 시리아만 만들 수 있는 상자들이지"
"UN도 하기 어렵고, unicef도 하기 어렵고"
"우린 국경을 넘잖아요. 그게 중요하죠"
"항상 조심해야해, 위험한 일이야...이번엔 어디로 가나?"
"국경 가까운 곳으로요. 멀리 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요"
"저쪽이랑 연락은 됬어?"
"네, 아직 연락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내일 아침에 국경에서 만날꺼에요"
"터키 국경이 아직 봉쇄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어서 준비하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해요. 서두를께요. 이번엔 더 조심해야 해요"
"살구쨈이 있더군. 봤어. 목록"
"네, 제 조카, 사라의 특급 요청이에요... 시리아에 남아있는 친구가 있데요. 얄다라고."
"오. 그렇군. 소녀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신이 지켜주시길"
[[다음페이지로->K_81 국경을넘는 상자]]
"얄다, 일어나. 일어나"
"응, 엄마? 왜?"
"구호품이 온데. 움직이자. 빨리 가야해"
"엄마 같이가. 혼자있기 싫어"
"걱정마. 어디나 함께 있을테니까. 엄마는 얄다곁에 항상 있을꺼야"
쿠쿠쿵... 쿠쿠쿵... 쿠쿠쿵
어딘가에서 또 폭격이 있나바. 위험스럽게 닫혀 있는 창문이 심하게 흔들렸어.
폭격 소리는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소리야.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쳐.
[[다음페이지로->Y_26]]
<audio src="sounds/K_183.mp3" autoplay></audio>
<img src ="images/K_183.png" style ="width:100%"></img>
"맵을 보고서도 길이 헷갈릴 정도라니"
"길이라고도 하기 어려웠어"
"이정표는 모두 사라졌으니까...맵이 말을 해주는게 신기하지 않아?"
쿠쿠쿵
쿠쿠쿵
쿠쿠쿵
"어? 무슨 소리지?"
"무서운 소리. 익숙해 지지 않는"
"오...이런... 소리가 가까워지는거 같은데?"
쿠쿠쿠쿠쿠쿵
쿵쿵
쿵쾅 쾅쾅!!!!!
트럭이 불길에 휩싸였어.
아....불길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상자가 불타고 있다고!!!
[THE END NO.5]
[[이야기 나가기->K_100 이야기 나가기]]
"이번엔, 여러 단체의 상자가 한꺼번에 도착했어요."
"굿네이버스,UN.... 그리고 음...이건 유럽 단체네요."
"그리고 제일 작은 상자는...헬프 시리아."
파괴된 사원이지만, 분수대 옆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
모두 SNS와 메시지로 연락을 받고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난민들이야.
이들은 모두... 아직 시리아를 떠나지 못했지. 얄다의 가족들 처럼 말이야.
"줄을 서주세요."
"이름과 주소, 사는 지역을 써주세요."
"제한된 수량이라 순서대로 드릴 수 밖에 없어요."
"약품이 필요한 분들만 줄을 따로 서주세요."
얄다 가족들도 줄을 섰어. 많이 지친 상태지만, 구호품을 받을 수 있으니까 얼굴이 환하네. 얄다는 엄마 아빠의 손을 꼭 잡았어.
"우리에겐 어떤 상자가 올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상자가 오겠지."
"소금은 그만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지난 몇달간, 소금만 너무 많이 받은 것 같아."
"소금도 귀한 것이지만, 이젠 물물 거래가 잘 되지 않으니까..."
[[다음페이지로->L_8]]
"이번 상자는 더 묵직한 것 같아."
"수레로 옮기기에도 무거워 보여요."
"뭐가 들어 있을까요?"
"이번엔 물이 더 필요해요. 지금 식수 사정이 너무 나빠서..."
"그래...정말 물이 귀하니까..."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목이 더 말라요."
"거의 다 왔으니 조금 기다리렴, 어서 가서 열어보자꾸나."
얄다 가족은 힘을 합쳐 상자를 옮겼어. 무거운 상자는 테이블 위가 아니라 거실 바닦에 내려 놓아졌지.
아빠는 상자를 열어보셨어. 이 시간은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이야.
"물이다!"
"그래, 이번엔 정말 물이 들어있구나. 감사한 일이야."
"엄마, 나 차를 마시고 싶어요."
"그래... 우리 오늘은 작은 사치를 부려볼까?" 아빠도 차 한잔이 그리운 표정이셔.
"찻물을 끓여 볼께요. 남아 있는 차가 조금 있을꺼에요."
"그래요. 우리 차를 마십시다. 신선한 커피가 있다면 좋겠지만."
"아빠, 홍차도 좋아요! 우리 집에 향이 가득 채워질꺼에요!"
"우리 얄다가 아빠보다 점잖구나. 그래... 아빠도 홍차가 좋아!"
[[다음페이지로-> K_88 홍차 한잔의 행복]]
"아빠. 어서 상자를 열어보고 싶어요"
"얄다. 서두르지마. 상자를 조심해서 다루어야지"
얄다, 엄마, 아빠는 상자를 갖고 집에 돌아왔어. 아빠는 테이블 위에 상자를 올려놓고 포장을 뜯기 시작했어.
"담요, 매트, 식수, 분유, 건조 빵, 통조림.....어?"
"왜요? 아빠??"
"시리아 참깨쿠키....그리고!"
"아빠! 살구쨈이에요!! 엄마! 엄마! 살구쨈이야!"
"오...얄다..정말 오랫만이구나... 이 상자...우리 오늘 도대체 뭘 받아 온거지?"
"행복이요!"
"그래, 행복을 받아왔구나, 우리가"
"펑!"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소리. 신선한 쨈통이 처음 열리는 소리는 모두를 웃음짓게 만들지.
<img src ="images/K_86.png" style = "width:100%"></i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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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다 엄마는 쨈 뚜껑을 열었어. 맑은 주홍빛 살구쨈. 그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웠어.
"엄마. 나 살구쨈을 만들던 때가 생각나요"
"엄마도 그때가 생각나는구나...."
"엄마, 사라는 날 잊었을까요? 날 기억할까요?"
"얄다, 넌 사라를 기억하니?"
"물론이에요. 지금도 가끔씩 꿈을 꿔요.사라하고 살구를 따고, 강가를 달리고.... 살구파이 냄새가 가득했던 우리 마을이요.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얄다는 살구쨈 병을 두 손으로 꼭 쥐었어.
"얄다. 네가 사라를 기억하는 한, 사라는 널 기억할꺼야"
"여전히 꿈속에서 만나니까?"
"물론이지.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절대 잊혀지지 않아"
"사라는 요리사가 된다고 했어요"
"넌 농부가 되겠다고 했지"
"우린 다시 만날꺼에요. 여기 시리아에서"
"다시 살구파이를, 살구쨈을 먹게 될꺼야... "
"꼭.... 다시 만날꺼에요"
"그래, 우리 가족이 이렇게 함께 있고... 달콤한 디저크가 있고 향긋한 살구쨈이 있는"
"오늘 정말 행복해요. 축제 같아아요"
"정말 그렇구나 얄다"
"엄마, 나 오랫만에 멋진 농부가 된 내 모습을 생각했어요. 사라와 나... 다시 웃을꺼에요."
얄다의 머리 위로 빛나는 햇살이 따스하게, 아름답게 내리쬐었어.
[THE END NO.4]
[[사라와 연진이의 그 후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 K_90 첫번째 에필로그]]
[[샤이마 삼촌에게서 온 소식을 듣고 싶다면 ->K_91 두번째 에필로그]]
<audio src="sounds/K_4.mp3" autoplay></audio>
드르륵. 끼이이익.
이런. 교무실 문 소리마저 널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야.
어느 학교나 교무실은 비슷하지.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면 선생님들도 남아있지 않은 교무실이야. 알지? 그때의 낯선 느낌이란... 썩 좋지 않지.
"저... 전학 왔는데요... 서울에서요."
구석에서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어떤 남자 선생님께 넌 쭈삣거리며 말했어.
"전학? 혼자 왔니?"
"네..... 엄마 아빠는 식당때문에.... 저만 왔어요"
"그래. 서류는?"
"서류요?... 아... 여기....요"
넌 빗방울이 얼룩덜룩 뭍은 서류 봉투를 선생님께 내밀었어. 봉투를 받아든 선생님.
이런저런 서류를 한번 보시더니 깨끗한 새 봉투에 서류를 다시 넣으시네.
"그래. 이연진. 내가 네 담임이야. 만나서 반갑다. 3학년 3반"
"안녕하세요. 이연진 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장난스러운 눈짓을 한번 하고는 네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어.
"흠... 첫날 부터 늦고, 혼자 오고, 기대가 되는데? 조회 시간에 반 아이들하고 인사를 하면 좋았는데...지금은 이미 많이 늦었으니까... 일단... 무엇부터 해야하지? 가만있자... 아! 교감선생님?? 저희 전학생이요! 전학생이 왔습니다! "
[[다음페이지로->K5_선생님들]]너와 친구들의 테이블 주위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어.
그 보다 두려운 것은 얼굴 빨간 아저씨의 고성과 억지가 계속되었다는 것이지.
넌 솔직해 져야해. 아직 이런 상황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잖아.
"얘들아...난 먼저 가볼께...미안"
미라는 황당한 듯 너를 쳐다보았어. "야...이연진!"
사라가 미라의 손을 잡았어. "미라야. 그냥 둬. 이런 일 처음 보잖아"
미라는 너를 외면하면 말했어. "가라. 내일 학교에서 보자"
너는 주섬주섬 가방을 들고 엄마손 떡볶이를 빠져나왔어.
떨리는 손으로 계산을 하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아줌마, 저 아저씨 좀 말려주세요..." 라고 말한 건 네 마지막 양심 같은 것이었니?
넌 나쁜 아이가 아냐. 두렵고 무서운 거지. 하지만 모르겠다. 네가 내일 사라와 미라를 어떻게 다시 볼런지...
[THE END NO.7]
[[이야기 나가기->K_100 이야기 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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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삼촌, 샤이마!</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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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안녕, 사라. 갑자기 무슨 일이니?</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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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나쁜 일로 연락드린 건 아니에요. 안심하세요.</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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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우리 서로 나쁜 일만 아니라면 모두 좋은 일이지.</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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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페이스북을 보다가</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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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한달 뒤 시리아로 구호품을 보낸다는 것을 알았어요.</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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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계획되로 진행되나요?<tom> </tom></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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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노력 중이야. 비용이 한번 움직일 정도로 마련되어서.<tom> 5:37</tom></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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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이번에 가는 물품 중에 혹시, 살구쨈이 있나요?</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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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아니. 그런 계획은 없었는데? 왜?</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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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제 친구 아이디어인데요. 연진이라고. 잠시만요.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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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페이지로->F_4]]
<img src ="images/K_2.png" style = "width:100%"></img>
"아...진짜"
넌 화가 나다 못해 눈물이 핑 돌았어. 세수보다 급한 건 머리를 빗는 건데...
망할...너의 그, 악성 꼽슬 머리. 눅눅한 비오는 날이라 더욱 부풀어 올랐는걸.
어쩌냐...너 진짜...사자같아.
넌 우선 매직기를 켜는 것 부터 했어.
"이연진! 서둘러! 아빠가 차로 데려다 줄께! 지금 나가자!"
"아빠! 안돼! 이 꼴로 학교를...?? 그것도 전학 간 첫날? 내 머리 좀 봐!"
"귀여운데 왜 그래? 너 그 머리 다 펴는데 30분 걸려. 그만해! 이연진! 그만!!"
이제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네. 또르르. 또르르.
"아...연진아. 미안미안미안. 아빠가 미안해. 울지말고 빨리 머리해" 너는 아빠를 째려봤어. 찌릿 찌릿.
중학생이 되고 난 뒤, 넌 어쩐지 더 난감한 꼽슬이 되어 가는 것 같아.
머리를 반묶음으로 한번, 다시 끝에서 한번 묶으면! 마지막엔 주먹만한 테니스 공이 만들어져.
그래, 그게 네 머리지. 매직도 네 머리 앞에선 마법을 부릴 수 없었어.
[[다음페이지로->K3 아빠의 차 안에서]]
<audio src="sounds/K_3.mp3" autoplay></audio>
<img src ="images/K_3.png" style = "width:100%"></img>
"아홉시... 정말 제대로 망했어"
넌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었어.
가방엔 뭘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가는 길, 아빠의 차 안에서 너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멍하니 잠시 바라보다가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어.
아빠가 백미러로 네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걸 느꼈거든.
넌 본체만체 페이스북에 접속했어.
지난 주, 눈물로 이별했던 예전 학교 친구들이 벌써 그리워졌지 뭐야.
[[다음페이지로->Y_2]]담임 선생님이 시킨대로 교감, 교장 선생님께 인사하는 시간은 긴듯 짧은 듯 괴상하게 흘렀어.
무슨 뜻이냐고?
"꿈꾸는거 같아...비를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듣고 있는 사람은 너뿐이었지만... 넌 혼잣말을 중얼거렸지.
교무실 큰 책상에 덩그러니 앉아서 네 서류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담임 선생님을 잠시 쳐다보다가 곧 지루해졌거든.
너는 너도 모르게 부스럭거리며 가방에서 필통과 스케치 수첩을 꺼냈어. 이럴 땐 낙서가 답이지. 뭘 그려야 할지는 모르지만.
넌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대로 만화같은 그림들을 끄적 거렸어.
[[다음페이지로->Y_3]]
"........ 미술반이요."
"그림 그리는 거... 많이 좋아하나 보지?"
"... 그냥요. 그냥..."
"오케이. 오케이! 이연진...미술반...그런데 여기도 혼자 가야겠는걸? 미술반은 2층 복도 끝이고. 가서 미술반 반장을 찾아. 그 친구가... 반장이 도움을 줄꺼야."
[[다음페이지로->K_8 미술반의 사라_반장 선택]] 달콤한 냄새가 복도를 채우고 있어.
"요리반... 어휴...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요리반이라는 소리가 불쑥 나온걸까." 너는 새삼스럽게 중얼거렸어.
"저... 아니... 여기가... 요리반인가요?"
"응? 넌 누구지?" 요리반엔 지도 선생님이 벌써 도착해 계셨어.
"전학왔는데요. 요리반을 동아리로 선택했어요." 네 설명을 듣는 선생님의 얼굴은 조금 난감하다는 표정이야.
"어쩌지... 우리반은... 요리반은 말이야. 조리 시설이 정해져있거든. 스토브도 그렇고... 지금 이미 인원을 더 받을 수 가 없는데... 언짢아하지는 마. 미리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다른 반을 선택해야겠는 걸?"
"그럼 미술반은 갈 수 있나요?"
"미술반? 응. 미술반은 가능하지 않을까? 미술반으로 갈래?"
"미술반과 요리반. 둘 중에 하나, 뭘 할까 고민했거든요."
"좋아! 잘됐다. 미술반에 가서... 사라를 찾아!"
"... 사라?"
"응. 미술반 반장이야. 그 아이가 너를 도와 줄꺼다."
[[다음페이지로->K_8 미술반의 사라_반장 선택]] "저기..네가 미술반 반장이니?" 넌 조금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어.
"맞아. 내가 반장이야. 사라라고 해. 왜?"
이 아이... 눈이 커다래서 그런지 호기심이 많아 보여.
쿵쿵. 뭐야. 진짜야? 여기 대박인데?
안산이 국제적인 도시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아랍 소녀가 반장이라니! 신기한 상황이군. 게다가 한국말도 잘 하잖아? 눈 감고 들으면 아랍 사람인 거 눈치 못챌 정도로.
"아... 그게... 내가 전학을 왔어. 동아리 활동을 정해야 하는데 미술반 하려고"
"그래? 너 몇 반인데? 난 3학년 3반이야." 아랍 소녀, 사라가 말했어.
"나도. 3반!" 안경 쓴 단발 머리가 끼어들었어.
"아침에 지각 해서..그래서 모두 모였을 때 인사를 못했어" 넌 쭈삣거릴 수 밖에 없었지.
"난 미라야. 전학 온 첫날 부터 지각이라니... 너에게서 우리 부족의 냄새가 난다" 단발머리의 이름이 밝혀졌어. 미라.
"응. 엄청 달콤한 냄새. 썩은 과일 같은" 사라가 눈을 찡긋했어. 귀여운 몸짓이야.
"아주 지독하지!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미라의 웃음 소리는 정말 크구나... 어이구. 그래... 모두 다 네가 전학온 것을 알게 됬네. 미라 덕분에 말이야.
엄청 낯선 상황이었지만. 너도 어쩐지... 웃음이 나지? 썩은 과일의 달콤함이라...
[[다음페이지로->Y_40]] 넌 확률을 따졌어.
특이하긴 하지만. 그리고 중학생에게 반장이란게 별 것은 아니지만 말야. 그래도 외국인이 반장되는 건 쉽지 않잖아?
이연진.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생각해내다니! 내가 짐작해 왔던 것 보다 네가 좀 더 똑똑한 것 같다. 이런 순발력... 칭찬해.
넌 안경을 쓴 단발머리 소녀에게 다가갔어. "음...안녕? ...나는 이연진이라고 해. 오늘 아침에 전학왔어"
".... 그런데?"
첫 마디가 그런데라니...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다.
"난 미술반 반장을 찾고 있어, 사라라고... 선생님이 동아리 활동을..."
"반장?"
단발머리 아이는 안경을 콧등 위로 조금 쓸어 올리며 되 물었어.
"미술반 반장을 찾는다 이거지? 전학 소녀?"
[[다음페이지로->Y_5]] "시리아에서 결혼은 동네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이 축하하는 엄청 큰 파티야. 원래는 1주일 동안 계속 파티를 한다고!"
"1주일? 7일?"미라가 사라에게 되물었어. 사실 엄청난 시간이잖아.
"응, 7일 밤과 낮!" 사라가 대답해.
"서로 사이 안 좋던 사람들도 결혼식엔 일단 싸우는 것을 멈추고 축하부터 하는 것이 시리아 문화라고. 여기선 그렇게 까지는 할 수 없으니까... 암튼! 금요일에 다 같이 모일꺼야. 모두 대환영!!!"
"우리 시리아 결혼식에 초대 받은 거야? 이거 진짜 대박인데!"
미술반의 또 다른 친구 정연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이야기해. 이 친구는 키가 커. 그리고 미술반 친구들 중 가장 말이 적은 편이었어. 그래.. 그래서 인상적이었지.
남자 아이처럼 짧은 머리의 정연이는 목소리가 커서 교실 한 끝에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다 알아들 수 있을 정도야.
[[다음페이지로->Y_9]]
헉. 사라가 널 지목했어.
이건 예상 못한 상황인걸. 하긴... 오늘 이곳에서 일어난 일 모두 예상하지 못했지.
아는 아저씨... 아니 너는 모르는 아저씨 결혼식 파티에 널 초대하고 있어.
1주일 동안 파티를 한다니, 그것도 동네 사람 누구나 모여서 말이야.
넌 사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고 있어. 게다가... 이 아이... 정말 주변을 밝게 비춰주는 것 같아.
아침까지만 해도 생각해 보지 못한, 쿨한 포스와 따뜻한 환대를 이국적인 아랍 외모의 소유자에게 느끼다니!
사라에 대해서, 시리아에 대해서, 새로운 생활에 대해서 기대가 커져.
하지만 어쩐지 오늘 하루는 말이야... 조금 두렵기도 해.
넌 어떻게 하고싶어? 사라의 초대를 받아 들일꺼야?
[[물론이야! 가보는 거지 뭐! ->K_18 사라의 집]]
[[아직은! 좀 더 가벼운 일 먼저 하자->B_1 엄마손 즉석 떡복이]]
너는 얄다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었어. 하지만 조심스러웠지.
사라가 뭔가 마음 아픈 모습을 보였거든. 다행스럽게도 사라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
"얄다는 아직 시리아에 남아있어. 그러니 많이 어려운 상태일꺼야. 얄다 이야기를 하면 슬프고 걱정되."
"그렇구나. 아직도 시리아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아?"
"물론. 탈출이 쉬운 일은 아니야. 국경도 대부분 막혀있고"
사라는 얄다의 액자를 소중하게 만졌어.그리고 샤이마 삼촌의 사진 옆에 조금더 가까이 붙여 두었어.
"우리 삼촌은 구호 활동가인데, 터키 국경에서 얄다 같은... 아직 시리아에 남겨진 난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어. 우리 가족 모두 한국에서 삼촌을 돕고 있어. 많은 도움이 필요해. 사실, 정말로 무섭고... 위험한 일이거든."
[[다음페이지로->K_31 알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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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K_21.png" style = "width:100%"></img>
바삭바삭하게 튀킨 고로케를 닮은, 이 음식의 이름은 키베 입니다.
당신이 키베를 한 입 베어 물면 잘게 다진 소고기기의 고소한 맛을 한 가득 느낄 수 있을 꺼에요.
무엇보다 키베를 키베답게 만드는 것은 아랍 지역에서 사랑받는 여러가지 향신료들... 육두구, 계피, 정향, 딸기와 살구 향 때문인데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어느 곳에 사는 사람들이어도 사랑받는 음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키베, 어때요? 입맛에 맞았나요?
[[다른 음식, 케밥을 맛보려면-> K_23 케밥]]
[[다른 음식, 후무스를 맛보려면-> K_24 후무스]]
[[배불러, 음식은 나중에 -> K_22 사라를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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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K_23.png" style = "width:100%"></img>
꼬치에 꿰어 놓은 다양한 고기를 구워서 새콤달콤한 샐러드와 함께 먹는 요리가 바로 케밥입니다.
그릴 요리의 제왕이라 불릴만큼 아랍을 상징하는 음식 중 하나죠.
돼지고기를 먹지않는 무슬림들은 주로 소고기, 양고기를 케밥으로 즐긴답니다.
시리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식이라 길에서도 케밥 가게를 흔히 볼 수 있구요.
오늘 사라의 집에서도 소고기와 양고기 케밥을 모두 준비하셨네요.
양념이 세지 않아 야금야금 먹다보면 케밥을 얼마큼 까지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해 질 정도라니까요.
시리아와 아랍의 맛있는 음식들, 어때요?
[[다른 음식, 키베를 맛보려면->K_21 키베]]
[[다른 음식, 후무스를 맛보려면-> K_24 후무스]]
[[배불러, 음식은 나중에 -> K_22 사라를 찾아볼까?]]<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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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K_24.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후무스를 선택하셨군요!
탁월한 선택입니다.
상징적인 아랍 음식인 후무스의 주재료는 콩이에요.
그 중에서도 작고 노랗고 동글동글한데 끝 부분이 뾰죽한 모양의 병아리 콩입니다.
귀엽게 튀어나온 끝 머리 노랗고 귀여운 모습과 어울려 병아리 콩이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리죠.
후무스를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고 재료 준비도 복잡하지 않아요.
병아리콩, 올리브 오일, 마늘, 기호에 따라 참깨를 넣어도 좋다고 합니다.
병아리 콩은 아랍의 소울 식재료.
후무스는 아랍의 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숙한 음식인데요.
보통 전통 빵이나 크래커, 밥, 샐러드 어디에나 곁들여 고소한 맛을 즐기는데 활용한다고 해요.
어때요? 크래커와 빵에 찍어적어본 후무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충분히 느꼈나요?
[[다른 음식, 키베를 맛보려면->K_21 키베]]
[[다른 음식, 케밥을 맛보려면-> K_23 케밥]]
[[배불러, 음식은 나중에 -> K_22 사라를 찾아볼까?]]<audio src="sounds/K_22.mp3" autoplay></audio>
"맛이 어때?"
사라는 궁금한 듯 너를 바라보았어.
"나, 중동 음식은 처음인데 독특하고 맛있어. 굉장히 다른 맛이 날꺼라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음식이랑 비슷한 부분도 있고... 조금 냄새가 독특한 것 빼고는 거슬리는거 없이 맛있는데?"
"그래? 다행이다. 음식에 대해서는...음...누구나, 처음이 있게 마련이지. 난 처음 한국왔을때 정말 심각했어. 지금은 많이 적응했지만 말이야."
"이 음식들은 하만 아저씨를 위해 너희 엄마가 다 준비하신거야?"
"아니, 전부 다는 아니고... 하지만 몇개는 우리 엄마 솜씨지!" 사라는 너에게 키베를 하나 더 건네며 두리번 거렸어.
"시리아는 결혼식에 온 손님들이 함께 음식을 준비한단다... 손님이 직접 만들어서 가져오기도 해. 말하자면,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이 모두 같이 준비하는 그런 잔치야."
[[다음페이지로->Y_30]]
주위를 둘러봐.
신나게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곳곳에 맛나 보이는 음식들, 특히 이전에 먹어 본 적 없는 아랍 음식들이 놓여 있어.
처음 보는 중동의 음식들, 여러 나라의 음악, 웃음소리, 흥겨운 춤과 이야기들.
시리아가 이렇게 흥이 많은 나라였나?
사라는 네 옆에서 몇가지 네가 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권해주었어.
"연진. 중동 지역은 음식문화가 비슷해" 사라는 무언가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말했어.
"이건... 시리아 사람들이 자주 먹는 키베(Kibbeh), 바삭하게 튀긴거. 꼬치에 꿰어 있는 이건 케밥(Kebab).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지. 아랍식 빵과 같이 먹으면 맛있는 요건 뭐게? 후무스(Hummus)!"
"호모스? 험머스?" 넌 사라와 비슷한 발음을 하려고 되물엇어.
"후무스라고 발음하면 돼. 한국에선 그런 정도면 충분! 이건 콩으로 만든거야. 병아리 콩이라고 아니? 시리아에선 후무스를 반찬처럼 먹어. 어떤 요리에든 곁들여서."
"난 아랍음식 먹어 본 적 없어, 처음이야"
무엇부터 먹어볼까? 골라봐!
[[고로케 같은 동글동글한 이걸 먹어볼까? ->K_21 키베]]
[[꼬치에 알록달록 꿰어진 구이에 끌리는데? -> K_23 케밥]]
[[구운 빵에 바르면 맛있을 것 같은 이것은? -> K_24 후무스]]
사라는 네가 전학온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너에게 친근하고 스스럼이 없었어.
쾌활한 사라 덕분에 너는 집안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지.
넓지 않은 집이었지만 깔끔했고, 벽을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사진이 붙어있었어.
"이 사진들, 너의 가족이야?"
"응 친척도 있고, 친구도 있고..."
"모두 한국에 있어?"
"아니, 그럴리가. 한국에 오는 거 쉽지 않은 일이야."
[[다음페이지로->L_3]] "그 옆의 여자아이는?"
"아.." 사라는 잠시 말끝을 흐렸어.
항상 활기차고 시원하게 말하던 사라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였어.
"말하기 곤란한 거야? 미안해."
"아냐. 아냐. 그런 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말이지... 이 아이는! 나 어릴때 친구, 한국에 오기 전에 나랑 제일 친했던. 이름은 얄다(Yalda). 예쁘지? 태양의 후예, 그런 뜻이야"
"멋진 이름이다. 네 이름도 그런 뜻이 있어? 네 이름은 영어 이름 같아."
"그렇게 들릴 수도. 내 이름도 아랍식 뜻이 있어. 행복!"
"너랑 잘 어울려. 내 이름도 뜻이 있는데 글자 마다 다른 뜻. 연은 예쁘다는 뜻이고, 진은 진실 그런 뜻. "
"예쁜데 진실되기까지 하다니, 대단한 이름이네."
[[다음페이지로->K_19 시리아에 다가서다]] 넌 정말 예상하지 못했어.
모든 것이 낯선 안산에서 너를 가장 먼저 친구로 대하고 환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지?
멀고 먼 시리아, 아니 네가 알지도 못했던 나라 시리아에서 온 사라라니!
겨우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넌 어느새 사라의 집에 와 있어.
하만 아저씨의 결혼식 파티에서 사라의 엄마 아빠와 인사를 나누고 샤이마 삼촌과 얄다 이야기를 들으며 케밥을 먹고 있잖아?
"삼촌을 돕고 있다는 건, 어떻게 하는거야? 삼촌은 어떤 일을 하시는데? 삼촌이 어떻게 얄다를 돕지? 얄다는 어떤 아이었는데?"
"하하하. 궁금한게 많아졌구나?"
"응, 네 덕분에. 난 하나도 아는게 없었지만. 나는 너랑 시리아만 모르는 건 아냐. 아직 이 학교에서 아무도 알지 못해. 별도 궁금하지도 않고. 그런데 너랑 얄다, 샤이마 삼촌은 궁금해 진다. 시리아도. "
"그래? 그럼 누구 이야기 부터 할까?"
[[멋진 콧수염의 샤이마 삼촌! ->K_128 샤이마 삼촌의 페이스북]]
[[알고보니 동갑내기, 얄다!->B_17 유프라테스 강의 추억]]"안녕하세요. 샤이마에요. 한국의 친구들. 보내준 구호 기부금을 잘 사용했습니다.
기부금을 보내준 친구들, 헬프 시리아, 나의 친구들...자세한 기부금 사용 내역은 이곳에 올려두었습니다. 언제든 확인해 보고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해 주세요.
한국에 있는 내 형제와 가족, 도움을 주고 있는 많은 친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보내준 기부금은 고통 받고 있는 시리아의 난민, 우리의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시리아 내부 활동가들의 긴급 연락을 받아 터키 국경 지역에서 구입되어 난민 캠프에 전달 되었습니다.
아주 소중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구호상자 열어보기->K_35 구호 상자오픈]]너는 사라가 읽어주는 페이스북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을 보았어.
캠프에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 사진이야. 복장이 헤졌고 얼굴 표정도 초췌해.
어쩌다가 저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잃고, 정든 시리아를 떠나야만 했을까.
"지금 저 사진은 난민 캠프인데, 전투가 진행 중인 시리아 보다는 안전한 상태라는 거잖아"
"난민 캠프로만 들어오면, 일단 살 수는 있으니까"
"충격이다. 시리아에서는 어떻게 살지? 폭격이 계속된다는 것이 평범한 민간인도 죽고 그러는 거잖아"
"전쟁은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지...."
"그런데 왜 시리아를 탈출하지 않아?"
"탈출하지 않는다...글쎄...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위험하기도 하고."
[[다음페이지로->K_37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살겠소]]"네가 기억하는 시리아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겠다. 네가 떠나고 난 뒤 상황이 더 악화된거 잖아"
"그래서 내 마음이 아파. 내 기억 속의 시리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거든"
너는 사라를 위로하고 싶었어. 하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지.
네 감정을 설명하자면, 복잡했어.
도데체 사라는, 얄다는, 시리아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여긴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닌 것 같아. 이런 상황을 우리가 너무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교과서에서 보던...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우리나라 사진을 보는 것 같기도 해. 내전은 정말 무서운 것이구나..."
[[다음페이지로->F_2]]
<img src ="images/K_44_2.png" style = "width:100%"></img>
전쟁이란 예외가 없어. 모두를 비참하게 만들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말이야.
아름답고 생기넘치던 도시와 마을은... 빛나는 역사적 유적들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있어. 이제 그곳엔 무시무시한 폭격 소리와 총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이 가득해.
이건 비극이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오... 시리아... 오....
[[내전 이전, 시리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K43 올드 시리아, 아름다운 그곳]]
[[난민 캠프 리포트를 보려면->K_45 아즈락, 난민 캠프에 가다]]<img src ="images/K_43_2.png" style = "width:100%"></img>
어때?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시리아 말이야.
오랜 독재와 극심한 내전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시리아는 아랍 지역에서 몇 안되는 평화롭고 풍복한 나라 중 하나였어.
아... 옛 시절이 너무 아름다워서일까... 어쩐지 더 뭉클하다.
[[마음 아프지만, 파괴된 시리아의 현실을 보고 싶다면 ->K_44 내전의 시리아]]
[[난민 캠프 리포트를 보려면->K_45 아즈락, 난민 캠프에 가다]]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
<기자>
이곳은 아즈락 캠프의 축구장 입니다.
사막과 같은 이 캠프 안에서 유일하게 인조 잔디가 깔려있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잠시나마 이곳에서 뛰어놀면서 자신의 미래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시리아에서 프로축구선수였던 코치와 함께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땀에 젖습니다.
축구를 할 때만큼은 힘든 일상을 잊습니다.
갖혀있는 것과 비슷한 난민캠프에서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평화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그래서 짧은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난민..난민도 인간이니까... 인간에게 그건 정말 중요한 일 아닐까?
[[다음페이지로->Y_21]]
너는 다시 한번 배에 꾸욱 힘을 주었어.
“시리아로 행복을 보내는 거야!"
"어떻게?"
"뭔진 모르지만 끝내준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살구쨈!, 살구쨈을 직접 만들어서 시리아를 도와보자!" 네가 큰 목소리로 외쳤어.
오우. 너 목소리 이렇게 컸었니?
사라는 너를 쳐다보았어. 큰 눈에 반짝. 촉촉한 빛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
바보야. 그건 눈물이 아니야.
우정의 꿀,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햇살이라고.
[[다음페이지로->Y_22]]
"시리아 난민 관련 기사를 밤새 찾아봤어요. 세계 각국의 구호 기관과 활동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있더라구요... 사라.. 삼촌께는 네가 통역해 줘..."
"응!" 사라는 자신있게 대답해.
너는 몸을 돌려 출력해온 시리아 구호 활동 관련 기사들 몇개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어.
"내 생각에 여기 긴급 구호품들은 모두 다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같아."
"그러니까 구호품이지" 미라가 기사에 눈길을 주며 이렇게 말했어.
"맞아. 그런데 말야.... 얼마전 사라의 초대로 참석했던 결혼식에서 나 조금 다르게 생각한 것이 있어."
"사람은 파티를 해야한다?"
"놀아야 한다, 먹어야 한다!"
"하하하하"
이 웃음의 의미는 뭘까. 넌 한명한명 아이들의 눈을 살펴보았어.
"비슷해" 넌 입술에 침을 한번 바르고 말을 이어가.
"난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느꼈던 것이고. 난민에게 생존은 가장 중요한데... 하지만! 살아 있다면 말이야... 사람이 살아있잖아! 행복한 생각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시리아에도 있어야 한다고."
[[내 생각은 그래...미라의 의견을 들어보자 ->K_60 미라의 의견]]
[[나는 있잖아...정연이의 생각을 들어보자 -> K_63 정연이 의견]]
들뜬 하루 일과를 마치고 넌 책상 위의 노트북을 켰어.
어? 페이스북에 메시지가 와 있네?
오. 마이 갓. 샤이마 오빠야. 영어로 쓰여진, 짧은 메시지. 넌 단숨에 읽어 내려갔어.
삼촌의 편지를 읽어 볼까?
[[다음페이지로->Y_35 샤이마 삼촌의 마음]]
"파티 음악처럼?"
"맛있는 음식 처럼!"
아이들의 눈망울은 반짝 거렸어. 됬다. 친구들은 찬성하고 있는거야. 더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가 봐.
"응. 내 생각엔 그건 행복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같아."
"그래서..." 사라가 네 말 끝을 이어나갔어.
"연진이... 나랑 얄다의 추억 속에 있는... 살구쨈... 그걸 찾은거니?" 사라의 눈에 눈물이 조금 고였어.
"맞아. 시리아, 살구나무, 살구쨈. 달콤하고 향긋한 추억들." 미라가 손뼉을 마주쳤어.
"그건 꼭 얄다와 사라에게만 있는 행복한 기억은 아닐꺼야. 나도 그런 추억이 있어... 우리 사실 다 아는 감정이잖아. 너무 소중한." 넌 사라와 눈을 맞췄어.
"아...이건 너무 감동이다. 우리 유프라테스 강변을 따라 아름답게 자라고 있던 세계 최고의 부드럽고 달콤한 과일... 살구라니..." 사라의 표정은 꿈을 꾸는 것 같네.
[[다음페이지로->Y_23]]
"흐음...반짝이는 아이디어이긴 한데... 내 생각은 쫌 달라"
너를 보고 반짝 거리던 아이들의 눈이 교실 뒤편, 정연이에게 향했어.
"이연진. 오해는 하지마. 내 생각은... 말하자면 이건 우선 순위 문제니까. 우리가 살구쨈을 만들어서 팔면 얼마가 남을까? 재료비라도 뽑을 수 있나? 조금 야박하게 말해서.... 팔리긴 하려나?"
"글쎄, 그건 나도 잘...쨈을 만들면서 우리가 시리아를 생각하는게 중요할꺼 같아. 그냥 돈을 모아오는 것 보다, 과일을 사고 쨈을 만들고 팔고 하는 시간이 더 길잖아. 그 동안 시리아를 생각하는 거지"
정연이는 네 의견에 맞섰어.
"맞아. 하지만 우리 이미 시리아 생각을 하고 있잖아.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좋은 방법일까?
"연진아, 우리 학교 차원에서 성금을 모은다거나 하면 어떨까?" 미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되물었어.
[[다음페이지로->Y_24]]
<audio src="sounds/K_0.mp3" autoplay></audio>
어때요 여러분?
연진이와 사라, 그리고 얄다의 이야기를 경험한 소감이...
달콤하고 반짝였나요?
햇살 가득한 유프라테스 강가처럼 아름다웠나요?
아니면...언제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를 꿈같은 시절이 그리워서 또르르 한방울의 눈물을 흘리셨나요?
여기, 이야기를 만든 우리들의 짧은 소감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Member's Message:
<img src= "images/writers_small.png" style = "width:100%"></img>
오영진 (Project & Concept Director)
"게임이 사회에 개입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기거나 살아남기 위한 플레이도 재밌지만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보는 플레이는 더 재밌다는 걸 알았습니다"
권보연 (Writer, Story Director)
"이야기로 경험하는 것 만이 내가 알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의 씨앗이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햇살아래서>가 작은 싹을 티웠으니 잘 길러내는 즐거움도 만들겠습니다"
허효진 (Illustrator)
"사회 속 이야기를 전하는 아트웍 작업으로, 스타일에서 나아간 설득력 있는 컨셉아트가 지니는 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정남 (Twine & Web Engineering)
"시리아 난민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햇살아래서> 프로젝트 다이어리를 만나보세요!
<a href ="http://brunch.co.kr/magazine/playingbook">Project Diary</a>
[[새로 시작하기 ->HOME]]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요리를 하시고 집에서 다양한 쨈을 자주 만들어 먹어"
너는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드는 홈메이드 쨈에 대해 사라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래? 그냥 사먹지 않고?"
"응, 나 어렸을 때 부터 우리 집은 식당을 해서 부모님이 많이 바쁘셨어. 그런데 쉬는 날이면 놀이 삼아 계절 과일을... 있잖아, 못난이 과일, 맛있지만 이런 저런 상처나서 제 값 못받는..."
"응, 그런데 그런 과일 맛있잖아"
"맞아. 말하지만 그게 우리집에서 부모님이 나랑 놀아주는 방법이었던거 같아"
"겨울엔 귤, 여름엔 딸기, 자두, 복숭아, 포도... 가을엔 사과..."
"세상 어디에나 쨈이 있지. 세상 어디에나 사랑이 있고"
뭐지. 이 간지러운 대화는? 하지만 네가 뭔가 느꼈다니 뭉클한 걸.
맞아.
엄마 아빠는 아무리 바빠도 계절이 바뀔 때면 큰 시장에 가서 달고 향기로운 제철 과일을 하나 가득 사서 하루 종일 쨈을 만드셨어.
연진이 네게도 할 일이 있었지.
과일을 씻고 설탕을 붓고 눌지 않게 젓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엄마, 아빠, 연진이 네가 함께 한거야. 그건...그건 사랑이야.
[[다음페이지로->Y_31]] <audio src="sounds/K_65.mp3" autoplay></audio>
안녕하세요. 나는 사라 엄마에요. 2013년에 한국에 왔어요.
맛있고 달콤한 시리아 레시피를 마음에 잔뜩 품고 왔죠.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의 주요 나라에서 살구는... 아주 유명하고...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과일이에요.
우리의 정신이 투영된 과일이라고 해도 거짓말은 아닐꺼에요.
한국에서 사과나 귤 만큼 친숙하고 누구나 좋아해요.
자랑할 만큼! 그만큼 맛있구요! 그건 내가 장담하죠.
아쉽지만 한국에선 시리아에서 먹던 것 만큼 특별한 살구를 쉽게 발견하지 못했어요.
지금부터 내가 알려줄 레시피는 나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우리들에게 전해준 지혜의 비법이에요.
준비되었나요?
향긋한 살구와 달콤한 햇살을 만나게 할 준비요.
[[다음페이지로->Y_42]]
친구들, 선생님들, 이웃들이 하나 둘 연진이네 식당에 모이기 시작해.
어느틈에 북적북적.
연진이네 식당엔 손님들이 가득해. 진짜 신나지 않니?
"이거 너희들이 직접 만든거니?"
"네! 시리아 특별 레시피로 만든 살구쨈이 인기 제품이구요!"
"오렌지쨈, 딸기쨈은 연진이네 레시피로 만들었어요!"
"설탕은 모두 유기농으로 썼구요!"
"하루 종일 힘을 모아 젓고 젓고 또 젓고!"
"하하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종류별로 하나씩 담아 줄래?"
"감사합니다! 한병에 오천원인데, 세병 한꺼번에 사시면 만삼천원 이에요"
"가격도 좋은데? 그럼 두병씩!"
"우와! 종류별로 두병!, 여섯병!!!"
신나는 음악, 즐거운 웃음. 식당 가득 넘치는 쨈의 달콤한 향기.
시리아의 친구들, 한국의 친구들,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이곳, 안산에 모여 사는 친구들, 친구들. 모두 모였어. 행복을 모으려고. 다시 웃는 시리아를 위해서.
[[다음페이지로->K_99 헬프 시리아]]
친구들, 선생님들, 이웃들이 하나 둘 연진이네 식당에 모이기 시작해.
하지만 한산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 쨈을 팔러 나온 너와 네 친구들, 부모님이 쨈을 사러 온 손님 보다 많은 이 상황.
"이거 너희들이 직접 만든거니?"
"네! 시리아 특별 레시피로 만든 살구쨈이 인기 제품이구요!"
"살구쨈은 별로 인데...딸기쨈은 없니?"
"딸기쨈도 있어요. 연진이네 레시피로 만든 수제 쨈이에요. 한병에 오천원이요"
"어이구 너무 비싼 걸? 근처 수퍼마켓에 쿠폰 사용하면 이것 보다 거의 두배로 큰 딸기잼을 살 수 있는데?"
"그래도 이건...수제쨈이고...저희가 직접 만들어서..."
"그래, 맛 잘 봤다. 열심히 하렴"
"네...."
어쩐지 너와 사라의 야심작 살구쨈은 방문한 손님들에게 쉽게 선택되지 않았어.
펄럭거리는 손글씨 홍보판에 쓰여진 '햇살로 건조시켜 더욱 달콤한 시리아 살구쨈' 이라는 문구가 더 쓸쓸해 보여.
[[다음페이지로->F_5]]
"판매 수익금, 5만원!"
"기부금 5만원"
"10만원!"
하루종일 힘들고 바빴지?
하지만 오늘 하루 바자회 성과는 재료비에도 모자랐어. 정말 실망스럽다. 이제 어쩔래?
"기대에 못미쳤지만, 우리가 함께 시리아를 준비하면서 일했고.. 그렇다면 충분한 것 아냐?" 정연이 박수를 치며 힘을 돋구었어.
"맞아, 정말 고맙고 나는 준비하면서 이미 다 받은 것 같아. 너무 즐거웠어"
사라가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했어.
"무슨 소리야! 이대로 끝낸단 말이야? 쨈이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데?" 미라는 사라를 의자에 다시 앉히며 나를 돌아봤어.
"연진아, 네 생각은 어때? 우리 이대로 끝내는 거야? 그래야 해?"
그래, 이제 너도 네 생각을 말해야 해.
[[내 생각은 말야->K_69 정연이와 사라 말이 맞아, 이미 최선을 다했다고]]
[[음...나는 말이지->K_71 무슨 소리!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라고!]] "글쎄... 우선...미안해. 고맙고..."
"그런 말을 하라는 것은 아냐" 정연이가 고개를 흔들었어.
"알아...그런데... 나는 사실 우리가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해."
"맞아" 사라가 말을 받았어.
"나 정말 감동 받았어. 친구들! 정말이지...살구쨈을 만드는 동안...이미 다 돌려 받은 것 같아... 뭉클하다!"
사라가 미라와 정연이의 어깨를 감쌌어.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뭘 잘 파는 재주는 없나봐..."
"그럼, 이거 어때?" 정연이가 팔짱을 껴며 말했어.
"우리! 산뜻하게, 남은 쨈 나눠서 집에 가져가자! 먹을 때 마다 시리아 생각을 하면서!"
"난 하루에 한번은 빵을 먹어, 한달이면 다 먹겠는데? 하하하하"
다시 아이들의 얼굴에 살구빛 미소가 번졌어.
연진아. 넌 실패한 게 아냐. 충분해. 잘했어.
너희들 우정이 이미 달콤한 살구인 걸?
[THE END NO.6]
[[이야기 나가기->K_100 이야기 나가기]]
"....오늘은 나도 계획보다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아주 힘들어" 너는 솔직하게 네 마음을 털어 놓았어.
"네 탓이 아냐" 사라는 네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어.
"하지만, 우리 처음에 이 일을 왜 했는지 한번만 더 생각해 보자"
"....어떤 생각?"
"쨈을 만들어서 파는 것은, 그냥 돈을 모으는 것 보다 힘들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잖아..."
"맞아..."
"그래도 우린 그냥 성금을 걷거나 하지 않고 쨈을 만들어 팔기로 했었어. 그건, 바자회를 준비하면서 우리들이 시리아를 더 많이 생각하고 이해하고 경험하려는 뜻이 있었던 거지"
너는 친구들을 둘러보았어.
"나도 지금은 아디이어가 없어..글쎄...그런데... 방법을 찾고 싶어..."
"다른 사람들에게 시리아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다시 쨈을 팔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 말이야?"
뒷 자리에 조용히 서 있던 정연이의 큰 목소리야.
"응. 바로 그런 아이디어" 너는 정연이를 쳐다보았어.
"아...내가 너희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난 괜찮아. 우리 힘 합쳐서 시리아식 살구쨈을 만든 것도 너무나 즐거운 추억이었는 걸" 사라는 조금 망설이는 얼굴이 되었어.
"그렇다면! 내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정연이가 나서며 말했어.
"그게 뭔데?" 미라의 눈이 반짝여.
[[다음페이지로-> K_70 인터넷 방송]]
"나 가끔씩 인터넷 방송을 해. 유투브에서"
"정연이, 네가?"
"응. 물론 내 방송은 크게 인기는 없어. 가끔씩 학교 생활이나 우리들한테 인기있는 뷰티, 안산 지역 맛집 정보 같은거 리뷰를 해"
"오...최정연!"
"난 내가 방송을 잘 한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고... 인터넷 방송으로 시리아 쨈을 소개하고 SNS로 팔아 보자는 거야"
"최정연...처...천잰데...?" 사라의 큰 눈이 더 커졌어. 넌 어쩐지 정연이 한테 한방 먹은 기분이 되었어.
아주 기분좋은 한방이 이런걸까. 넌 정연이가 이번 바자회에 대해서 선뜻 내켜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잖아.
[[다음페이지로->F_6]]
정연이는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로 중학교 1학년때 부터 활동을 했데.
얼굴이 나오는 방송은 많이 안해보았지만 방송 기획부터, 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조명 세팅까지...
처음해본 사람이라면 헤매고 시간 걸렸을 많은 것들을 순식간에 해 냈어.
사실,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방송은 정연이네 집에서 진행되었거든.
사라, 미라, 너, 정연이 그리고 미술반과 같은 반 친구들 몇명은 살구쨈 먹방 준비를 단단히 하고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앉았어.
"방송은 사라, 연진, 미라 이렇게 셋이 출연할꺼야.나오는 사람 너무 많아도 정신없어. 너네 셋이 친하니까 그냥 누가 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네끼리 이야기하는 것 처럼 해"
"응! 그건 자신있어"
"내가 중간 중간 채팅 창 보라고 이야기할꺼야. 그럼 채팅 창 보면서 질문 들어오는거 대답도 하고 알려주면 돼"
[[다음페이지로->Y_28]]
이연진.
진짜 웃겨서 말을 못하겠다.
너희들 셋. 미치광이 여중생 쇼라도 벌리는 거야?
수줍게 시작한 방송은 미라의 살신성인 살구쨈 먹방이 불 붙으면서 라이브 시청자가 100명을 넘었어.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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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splay:block;
margine-right:auto;
text-align:center;
}
</style>
<img src ="images/K_73.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미라의 컨셉은!
<목막힘을 이겨내는 자가 진짜 용사다_시리아 살구쨈 식빵 먹방>
윰댕 언니의 예쁜 쨈 먹방을 패러디 하듯 수줍게 시작했지만...
세상 존맛탱, 남욱이의 웃기는 일상 컨셉으로 변신, 정신나간 여중생 특유의 코믹 에너지를 불살랐지.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아랍 댄스 뮤직은 삼총사의 흥을 제대로 돋구었어. 집에서 챙겨간 요술봉을 흔들며 너는 한시간 이상 춤을 추었고. 사라는 옆에서 아무도 못 알아듣는 아랍어 중계 방송을 시작했어.
난 네가, 아니 너희들이 신들린 줄 알았다니까.
[[다음페이지로->F_7]]
"판매 수익금, 195만원!"
"미술반 선생님, 담임 선생님 특별 기부금 20만원!"
"재료비를 빼고도 200만원도 넘은거야?"
"우와!!!!"
정말 의미있고 값진 기부금이 모였어. 포기하지 않고, 좌절에 굴하지 않은 소녀들...
대단하다. 이연진. 결국 함께 해냈네.
"사라, 이제 돈을 어떻게 시리아에 전달하지?"
"샤이마 삼촌에게 직접 전하는 거야?"
"헬프 시리아라는 구호 단체가 한국에 있어" 사라는 자신있게 말했어.
"샤이마 삼촌과 함께 일하는 시리아 구호 단체야. 압둘 와합 사무국장 오빠한테 연락하면 돼. 우리집도 샤이마 삼촌에게 돈을 전달할때, 헬프 시리아로 보내. 삼촌이 헬프 시리아와 함께 일하시거든"
"와합오빠! 헬프 시리아..."
"지금 전화를 하자!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어!"
"응,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정보로 보내면 되고..."
"와합 오빠랑, 샤이마 삼촌한테 이 돈으로 꼭 살구쨈을 사달라고 해줘."
"걱정마. 행복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어야지"
"얄다를 위해서?"
"응, 그리고 시리아를 위해서."
[[압둘 와합 사무국장을 만나자! -> K_95 헬프 시리아2]] "시리아엔 언제 가세요?" 사라가 와합 오빠에게 물었어.
"시리아가 아니라, 터키에 가는거지. 다음주 월요일, 곧 출국이야, 샤이마가 나를 무척 기다리고 있을꺼야."
"다행이에요. 이번에 가실때 저희가 마련한 돈을 얼마라도 보내드릴 수 있어서요."
"소중하게 잘 사용할께."
"와합 오빠. 우리 이 돈으로는 꼭 살구쨈을 사서 구호품으로 넣어주세요."
네가 용기를 내어 와합 오빠에게 말했어. 그건 중요한 요청 사항이거든.
"그래...우리도 때때로 사탕이나 디저트를 보낼때가 있어. 많은 양은 아니지만..."
"네, 우린 행복을 위한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이야. 생존을 위한 것은 기본이어야 겠지만, 삶은 어디에서나 계속되고 우린 어디에서나 웃을 수 있는 틈을 마련해야 하니까."
"행운이 따른다면, 얄다에게 살구쨈이 전달되겠죠"
"그래...행운이 따른다면, 신이 도와주신다면..."
"얄다는 살아 있을꺼에요. 얄다는 강한 아이거든요."
"친구 이야기도 들었어. 얄다? 친구가 예쁜 이름을 가졌구나. 샤이마에게. 네 기도를 신께서 들어주실꺼다."
"우리 모두 기도해요. 각자의 신에게."
"그래. 그러자꾸나."
[[다음페이지로 ->K_78 샤이마 삼촌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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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고맙긴요. 우리가 삼촌에게 고마워요.</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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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yo>사라가 아주 많이 컸어. 생각이 깊고 따듯하구나. </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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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리더십도 있고 재미있고. 인기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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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사라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게 취미인가봐요.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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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으로 가다->K_80 구호품 전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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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니까, 여보....전쟁 나기 전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온거 같아요"
"그렇구료"
"엄마, 나는 사라가 보고싶어요. 사라는 한국에서 아빠를 잘 만났을까요? 그곳에서 잘 살고 있을까요?"
"사라....그래...엄마도 궁금하구나. 잘 있을꺼야. 사라도 얄다만큼 씩씩한 아이니까"
걱정과 두려움으로 뒤덥혔던 얄다의 집에 홍차 향이 가득해졌어. 비록, 사라가 보낸 살구쨈은 여기 도착하지 못했지만.
어쩐지 홍차도...홍차를 마실 수 있는 물과 잠시의 여유 말이야.
먼 나라로 떠난 얄다의 친구, 사라의 친구...우리들의 오랜 친구...사랑하는 가족...
그 중 누군가가 시리아의 행복을 위해 보낸 것 같지 않니?
그렇지?
[THE END NO.3]
[[사라와 연진, 그 후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 K_90 첫번째 에필로그]]
[[샤이마 삼촌이 보낸 소식을 듣고 싶다면 ->K_91 두번째 에필로그]]
시리아에 살구쨈이 전달된 지 3개월이 지났어.
샤이마 삼촌과 와합 오빠는 너와 친구들에게 위험스럽지만 보람찬 구호품 전달 과정을 자세히 공유해 주었지.
구호품을 준비하는 것 만큼이나 전달 과정은 어렵고 두려운 사건들이 많았어.
그 후 너와 친구들은 사라의 도움을 받아 샤이마 삼촌과 와합 오빠의 페이스북을 자주 접속하고 시리아 소식을 살펴보게 되었어.
아랍어는 사실...너무 어려워서 배우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라가 톡톡히 역할을 해주었어.
"샤이마 삼촌 페이스북 들어가 보자."
"좋아!"
미술반 동아리 시간에 너는 붓을 집어 던지고 사라 옆에 바짝 붙어 앉았어. 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지.
[[다음페이지로->B_100 모하메드의 마지막 사진]]
시리아에 살구쨈이 전달된 지 3개월이 지났어.
샤이마 삼촌과 와합 오빠는 너와 친구들에게 위험스럽지만 보람찬 구호품 전달 과정을 자세히 공유해 주었어. 구호품을 준비하는 것 만큼이나 전달 과정은 어렵고 두려운 사건들이 많았어.
너는 얄다 가족 말고도 아직 시리아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아름다운 시리아를 그려보고 싶어."
넌 사라에게 말했어.
"아름다운 시리아?"
"지금 시리아는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었잖아. 반짝이던 시절의 흔적들이 오랜 시간의 선물들이 너무나 쉽게 사라지고 있고..."
사라의 눈이 촉촉해졌어. "맞아. 무엇보다도....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내 기억도 흐려져..."
"맞아. 그러니까 네가 시리아에 관해 이야기 해줘야 해. 책을 읽어주어도 좋고. 샤이마 삼촌의 페이스북을 읽어줘도 좋고. 그리고 우리 미술반에서 협동 그림으로 아름다운 시리아를 그려보자."
"나야 진짜 좋지. 연진아. 우리집에 가서 살구쨈 토스트랑 홍차를 마실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야. 언제든 환영이지! 가자!"
[[이야기 나가기->K_100 이야기 나가기]]
어떻게 해! 아저씨가 못 참겠다는 듯 자리를 박차며 소리쳤어.
"야, 너 IS지? 아랍! 그래 너 말야! 어느 나라에서 왔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 여기서 문제 일으키지 말고!"
넌 귀를 의심했어. 이건 무슨 상황이지.
즐겁게 떡복이를 먹고 있었을 뿐인데. 사라가 무슨 문제를 일으킨다는 거지?
사라는 신경 안쓰는 듯, 못들은 척 하고 있어.
넌 좀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사라가 가만히 있으니까 우선은 떡볶이에 더 집중해 보았어. 못들은 척 하고 말이야.
[[다음페이지로 -> B_5 IS? 사라가?]]
"우리 말을 모르나? 너 IS야?"
아저씨는 무시한 채 아랑곳 않는 우리에게 더 자극 받은 듯, 이제는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서 위협적인 몸짓으로 크게 소리쳤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테러리스트야!"
사라와 미라는 익숙한 듯, 또 어쩔 수 없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내 아저씨를 영상으로 찍기 시작했어.
"찍지마! 뭐하는 거야? 찍지 말라고!!"
"아저씨, 부끄러운 줄 아세요!" 미라가 지지않고 대답해.
아저씨는 우습다는 듯, 빈정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반대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우리를 찍기 시작했어. 마주보고 영상을 찍고 있는 상황이야.
[[다음페이지로->Y_12]] "아냐, 난 그럴 수 없어. 이건 중요한 문제야" 사라는 단호했어.
사라는 두렵지 않은걸까? 저 상식 밖의 아저씨가?
하지만 너는 보았어. 물컵을 잡고 있는 사라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다는 것을.
"그래! 이건 정말 말도 안돼! 아저씨 부끄러운 줄 아세요!!" 미라는 안경을 콧등으로 쓸어 올리면서 사라의 손을 잡았어. 아마 미라도 사라의 떨리는 손을 보았었나봐.
넌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사라에게 그리고 미라에게.
너도 사라의 다른 한 손을 잡고 벌떡 일어섰어. "아저씨, 왜 시비를 걸어요?"
"뭐, 내가?" 아저씨는 비웃음을 지으며 우리에게 한 걸음 다가왔어.
[[사라, 너는 혼자가 아니야->B_9 사라, 너는 혼자가 아니야]]
[[비겁한 결말->B_8 비겁한 결말]] "이봐요 아저씨, 남의 영업장에서 뭐 하는거에요? 신고 했으니까 경찰이 곧 올꺼라구!"
"학생들 괜찮아요. 우리가 같이 있을꺼야. 무서워 하지 말고!"
엄마손 떡복이 아주머니들이 신고를 이미 했나봐. 정말 다행이다.
"학생들, 여기 내가 앞에 있을테니 걱정말고. 경찰 아저씨 오면 집에 데러다 달라고 하자"
"아줌마, 얘네들 우리학교 학생이에요, 저희가 같이 있을꺼에요"
떡볶이를 먹던 같은 교복의 아이들이 우리 테이블 옆으로 모여들었어.
[[다음페이지로->Y_15]]
"아... 이게 뭐람... 미안해. 쪽팔려... 내가 왜 울지?" 너는 냅킨으로 코를 풀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어.
"괜찮아. 넌 처음 겪었잖아. 나 가끔 이런 일 당하지만 당할때 마다 나도 무섭고 슬퍼"
"우리가 미안해. 사라. 연진아 울지마. 너 울면 사라도 눈물 나거든"
"우릴 이럴 때 우리가 먼저 울고 그러지 말자!"
"맞아, 저 아저씨는 울지 않을꺼 아냐."
"우리 마음은 생각도 안 할 껄."
"저런 사람은 원래 생각이란 거 자체가 없어."
친구들이 사라를 위로해. 어쩌면 너네들 서로를 위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음페이지로->Y_17]]
"엄마! 아빠!"
"우리 딸, 연진이 오늘은 좀 다른데? 왜 이렇게 친절하지?"
"아이 참. 아빠도...나 늘 애교덩어리인데...." 넌 어쩐지 쑥스러워져서 투덜거렸어.
"알지, 알지. 오늘 학교는 어땠어? 아직 낯설지? 어서 좋은 친구들과 사귀어야 할텐데?"
"응.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친구도... 사귀고... 좋은 일이 있을꺼 같아."
"우선 손 씻고 맛있는 밥을 먹을까?"
"네!" 넌 어쩐지 안심이 되었어. 엄마 아빠가 계신 집에 무사히 돌아와서 일까?
서울에서 안산으로 이사온 건 아침까지만 해도 화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엄마 아빠랑 같이 따뜻한 저녁밥을 먹고 네 방에서 편안하게 쉴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행복으로 느껴지고 있으니까.
[[다음페이지로->Y_25]]
친구들, 사랑하는 가족들.
오늘은 내가 너무나 마음 아픈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시리아에 마지막 까지 남아서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가족과 형제,이웃을 돌보아주던 나의 친구....모하메드가 다라에서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의 고통은 신께서 허락하신 슬픔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아...어떻게 해...."
"샤이마의 친구가 공습으로 희생되었어..." 샤이마의 글을 읽는 사라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어.
"힘들면 읽지마..."
"아냐...더 읽고 샤이마를 위로해야지" 사라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어.
[[다음페이지로->L_9]]
"사라. 기도하자. 너를 위해, 네 가족을 위해 매일 기도할께"
"나도. 항상 너를 위해 기도할께"
"한국은....., 정말 모르겠다."
"우린 함께 있을꺼야"
"그리고 다시 만날꺼야"
"꼭"
"유프라테스 강으로 돌아와"
"신이 함께할꺼야"
"살구나무 아래로 돌아와...나를 잊지마....."
"바보같은 소리. 단 하나도 잊지 않을꺼야"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게"
"어디로 가든, 서로를 지키는 친구!"
"다시 만나자!"
"그때 다시 온 동네 살구를 다 모아서, 세상에서 제일 많이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살구쨈을 만들자"
"누가 제일 많이 살구를 따는지 대결할래?"
"넌 내 상대가 안돼!"
"넌 먹는 걸 더 잘하잖아!"
"그럼! 난 살구로 요리하는 요리사가 될래!"
"네가 요리사가 된다고? 그럼 난 살구를 키우는 농부가 되어야 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흐흐흐흐흐흐흐....흑흑흑흑"
[[다음페이지로->B_23 연진이네 식당]]
"우리 아빠는 요리사야. 엄마도."
"우와. 나도 요리사가 꿈인데"
"응? 사라 네 꿈이 요리사야?"
"얄다랑 헤어지던 날, 농담 처럼 한 말이지만. 살구로 여러가지 요리를 하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
"멋지다, 넌 그림도 잘 그리니까, 네 살구 요리는 더 예쁘꺼 같아"
"식당도 아주 멋지게 만들고 싶어"
"그러다 어느날, 그곳으로 얄라가 찾아오겠네"
"진짜 끝내준다. 너네 엄마가 싸준 이 복숭아 쨈 처럼. 얄다에게도 맛 보여주고 싶어"
"그래... 얄다가 아직 시리아에 남아 있다면, 이런 쨈을 만들어 먹을 여유는 없을꺼야"
"만드는 건 기대도 않고, 살 수도 없을껄.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너에게 좋은 생각이 났어.
"아냐, 아냐...사라, 내 말을 들어봐."
"뭘?"
"얄다는 무사할꺼야. 무사해야 해. 그리고 너처럼, 너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생각하고 있을껄?"
"그렇게 힘을 내고 있겠지, 얄라는 씩씩한 아이야" 미라가 거들어.
"사라, 샤이마 삼촌이 구호 활동가라고 했잖아?"
"응"
"우리, 삼촌에게 제안을 해보자"
"어떤?"
"시리아 구호품에 살구쨈을 보내달라고 말이야"
"쨈, 살구쨈?"
[[다음페이지로->K_49 행복을 모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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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어! 끝장이야!!!"
이연진. 네 하루는 정말 끔찍하게 시작되었어.
전학 온 첫날 부터 지각이라니... 그것도 눈떠 보니 1교시 시작 시간이라면 말 다했지.
"엄마!! 아빠!!! 아 이게 몇시야.... 아, 난 몰라... 진짜... 진짜... 제대로 망했어!"
"세상에...어제 너무 늦게까지 이사짐 정리를 한거야... 그냥 포기하고 일찍 잤어야했는데..." 아빠가 말했어.
"밤새 비가 왔나봐.. 저기압 일땐 잠이 안깨"
"난 너무 긴장해서 밤새 한숨도 못잤는데. 정작 일어날 시간에 모두 잠을 잤다는 거야?"
어수선한 집안. 이사를 온건지, 전쟁이 난건지.
그래, 넌 어제 서울에서 안산으로 이사 왔어.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지.
왜냐고?
서울에 있던 엄마 아빠의 식당을 접고, 힘들게 안산까지 왔는데 사치스러운 소리 할꺼야?
[[다음페이지로->Y_1]]
작은 트럭에 하나 가득 짐을 실고 내려온 안산. 네 마음은 저 비구름 같아.
새벽녁 부터 비가 내렸거든. 덕분에 온 가족이 늦잠 대결을 펼친거지.
투두툭. 투둑. 투두둑.
쿠루릉. 쿠르릉. 쿠릉.
이제 어쩔래? 너 말야! 그래 너!! 물어서 뭐하겠어... 여기 너밖에 더 있어?
정신차려! 넌 이제 이연진이야. 모든 걸 네가 헤쳐나가야 해.
지금 이런 상태로라면... 진짜 다 그만두고 싶겠지만.
이연진. 잊지마.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이 너 선택에 달렸다고...!
[[다음페이지로->K_2 머리부터 어떻게 하자]]
윤이, 정우, 재현이....
모두 네 단짝 친구들이지.
그런데 뭐야. 이 녀석들.
함께 찍은 사진 한장이 올라간지 겨우 48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너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없네.
"날 벌써 잊은 건가...." 넌 혼잣말을 중얼거렸어.
"응? 연진아. 뭐라고?" 아빠는 네가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셨나 봐.
"아, 몰라. 아무말 안했어" 넌 아빠에게 짜증스럽게 말했어.
사실... 아빠 식당만 잘 되었었다면 여기 이렇게 엉뚱한 곳에, 비오는 날, 엉망인 머리인 채로, 대차게 지각하며 전학 오는 일은 없었을테니까. 너... 속으로 엄마 아빠한테 화가 나 있는 것은 아니니?
"연진아, 아빠는 식당 일 때문에 바로 가봐야 해서... 학교는 너 혼자 가야해. 전학 서류 잘 챙겼지? 교무실에 가서 전학왔다고 하고..." 아빠는 미안한 듯 말끝을 흐리셨어.
아빠 마음을 아니까... 하지만 네 마음도 좋지 않았으니까. 연진이 너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고.
"......."
"아침 못 먹었으니까, 엄마가 싸준 쨈 토스트 꼭 먹어라. 배고프지 않게!"
"......."
대답도 하기 싫은, 엉망진창인 하루가 시작됬어. 교문도 닫혀있어.
당연하지!! 지금 이미 수업이 시작된 시각이잖아. 늦었어...늦어 버렸다고!
이연진, 넌 혼자야. 혼자 해내야 해.
[[다음페이지로->K4_교무실에서]]"연진. 이연진. 그림 그리는게 취민가?"
"아....그냥....취미라기 보다...심심해서요...."
"음...지금 말이야. 수업이 이미 시작되서, 일단 동아리 수업부터 참여를 해야겠다. 이전 학교에서는 뭘 했니?"
".......미술반이요"
"미술? 우리 학교에서도 그거 할래? 아니면 다른 걸 해도 좋아." 선생님은 너에게 물어보셨어.
연진아, 넌 어떻게 할래?
[[이전 학교와 똑같이! 미술반을 선택하려면->K6_미술반 선택]]
[[변화를 시도할까? 요리반을 선택하려면->K7_요리반 선택]]이연진... 여기 미술반 맞아? 확실해?
너 혹시 잘못 찾아온 건 아니야? 여긴 다문화 동아리 같은걸. 하지만 선생님이 알려준 미술반 교실은 여기가 맞는데...
미술반 첫날부터 시련이군. 혼란하다. 혼란해. 도데체 누가 반장일까?
맙소사, 그 아이들이 널 보고야 말았어. 이제 결정해야 해. 도데체 누가 반장인지.
어떻게 할래? 이제 결정해! 쟤들이 먼저 말을 걸기 전에!!
[[반장은 아랍 소녀! 되지 못한다는 법 있니?->K9_ 반장은 아랍소녀]]
[[반장은 단발머리! 너다! ->K10 반장은 안경을 쓴다]]
[[아직 준비가 안됬어... 일단 나갈래->K_11 다시 문이 열리다]]
전학 소녀? 이건 무슨 촌스러운 표현이지? 안경 소녀... 어쩐지 못마땅 해.
"응. 미술반 반장에게 이야기 하고 활동을 시작하라고 해서..." 단발머리는 느닷없이 환한 웃음을 터트렸어.
"사라! 너 찾는다! 드디어 반장된지 6개월 만에 일 다운 일을 시작하는 건가!"
"그럼, 이제 내가 나설 때인가! 흐흐흐흐흐" 안경 소녀 옆의 아랍소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장난스럽게 웃었어.
그리고 곧 일부러인 것이 분명한,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한 뒤 이렇게 말하는거야.
엄청, 엄청 큰 목소리로.
"내가! 내가 미술반 반장이다!나를 따르라!!" 넌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고 생각했어.
사라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미술반 아이들이 모두 너를 주목하고 웃기 시작했거든.
"전학생이야?"
"프롬 세울!"
"울트라 꼬불머리!"
"레게냐, 힙합이냐 그것이 문제로군"
오 마이 갓. 이게 뭐지? 누군가 이 혼란스러움에서 널 구해주어야 할텐데..
[[다음페이지로->Y_6]]
"반가워! 환영해! 난 사라라고 해. 미술반 반장. 이 곳을 정신적으로 장악했지"
"물리적으로는 장악하지 못했쓰. 전혀. 물리적으로 가지고 있는게 별로 없거든!" 단발머리가 고개를 저으며 농담을 해.
왼쪽으로 삐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단발 소녀는 드디어 자기 신분을 밝혔어. "난 미라, 미술반의 전설이지. 얘는... 사라는 우리 집사야 미술반 집사 ㅋㅋㅋㅋ "
"우린 미술반을 가장한 먹반이야. 뭐든 먹어 치우는!" 누가 말한 건지 모르겠는데 이런 소리도 들려온다.
넌 갑작스럽게 긴장이 탁 풀리는 기분이야. 그래! 놀라지마. 잘 들어봐. 이건 널 환영하는 농담들이잖아! 사라와 미라는 네 어깨에 한쪽씩 팔을 둘렀어.
"자리를 찾아야지? 신입?"
"어...어..."
수다쟁이 사라와 미라는 머뭇거리는 너를 아랑곳 하지 않고 이끌었어. 그녀들은 말을 이어갔지.
"이건 비밀인데...."
"응? 뭔...뭔데?"
"쉿! 사실 말이야...여긴... 따로 자리 같은 건 없어. 아무데나 앉아."
"니 맘대루! 내 옆에 앉을래?"
"네 옆자리 의자 부서졌어, 고장 났다고!!"
이연진. 정신 없지?
반장 고르기는 틀렸지만. 어쨌든 결국 반장은 찾은 것 같다.
[[다음페이지로 ->K_ 13 서울에서 온 이방인]]
"그래? 좋아. 여기 앉아."
넌 사라가 앉을 수 있게 옆자리 의자에 올려 두었던 책가방을 바닦에 내려놓았어.
"오늘 첫날이라 긴장 되겠지만 친구는 걱정하지마. 나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친구 하나도 없었어. 사실 한국말도 전혀 못했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어떻게 시리아에서 여기로 전학을 왔는데?" 넌 진짜 궁금해서 물었어.
"그래,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한국까지... 멀었다... 크... 이유야 뭐. 분명해. 전쟁을 피해서 한국에 왔지. 정든 고향을 떠나... 소중한 친구와 헤어져서." 사라는 널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어.
"그렇구나. 미안. 나 사실 시리아에 대해서 아는게 많지 않아, 친구는... 여기서 친구는... 네 말대로 어떻게 되겠지."
[[다음페이지로->Y_8]]
사라는 널 보고 얼굴을 찡긋했어.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였을까. 기분 좋은 얼굴이었지.
“연진이 너 솔직하구나. 맘에 든다."
훗. 네가 뭘 아는 척 하거나 하지 않은 건 잘한 일 같아. 사라의 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 것 같은데?
"우리 미술반 아이들은 다 좋아. 다른 동아리보다 더... 진짜 좋아서 들어왔다고나 할까?"
"미술반이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넌 오늘 아침 교무실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어.
"맞아. 그리고 우린 혼자 작업하는 것 보다 함께 하는 활동이 많아.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도 길고... 많이 떠들지!”
"진짜 미술반이네"
"그래, 이연진, 네 말이 맞다. 우린 진짜 미술을 하지. 인류의 공통 언어. 미술. "
[[다음페이지로->K_ 14 두근두근]] "초대장은 없어도 되냐?" 정연이가 물었어.
그래...네가 궁금한 것도 그것이었지.
"시리아에서는 진짜 친한 사람들에겐 초대 같은 거 안해."
"그럼? 초대장 없이 그냥 가?" 정연이가 궁금한 것들을 계속 물어 보는 중이야.
"초대하는 사이는 어려운 사이잖아. 초대해야만 간다는 건...무슨 뜻이냐. 그것은 부르지 않으면 안오는 사이"
"초대 안하는 사이는, 그럼...그냥 안 불러도 갈 정도로 친한 사이라는 거야?"
"맞아!"
"오. 시리아 쿨한데?"
"아참 신입부원 환영회를 거기서 하면 좋을 것 같아. 이연진, 너는 꼭 와야겠다!"
"나?"
"그래, 너!" 사라는 싱긋이 미소를 지었어.
[[다음페이지로->K_17 멋진 반장, 사라]]
사라를 만나서 너무 다행이지 뭐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짜증나고 무거웠던 마음, 뻘줌했던 하루가 다 보상받는 기분이야.
이 낯선 아이의 송아지 같은 눈과 미소 덕분에.
비오는 아침. 모든게 좀 서툴지만 지금 생각하니 허둥지동 시작된 그 출발 마저도 행운이었나 싶은 걸... 정말 마법같은 상황 이었어.
모험 같은 하루가 소심한 널 용기나게 만들었구나.
연진, 축하해! 뭘 축하 하는 거냐고? 글쎄... 그게 뭐든 일단 축하하고 싶은 마음인 걸? 때마침 배도 고프고 말이지.
[[일단, 엄마손 즉석 떡볶이집으로 gogo!->B_2 떡복이로 대동단결]]"하하, 미술반 반장은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거라서. 내가 하겠다고 했어, 별거 아냐... 그리고 안산엔 아랍 사람들 많아. 자주 보게될꺼야. 하긴 이곳엔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 많지. 터키, 파키스탄, 기타 등등"
떡볶이를 먹을 타이밍이야.
이런 순간엔 말을 좀 아껴야 하지.
튀김 만두랑 김말이는 반씩 잘라먹으면 모두 먹을 수 있게 주문했고 라면도 떡도 꼬들꼬들 최고의 먹방을 찍게 도와줄꺼야.
자, 잠시 쉬고 한 접시씩 우선 뜨자.
[[침이 꼴깍. 다음 페이지로 ->B_3 불리불리 실리실리]]맙소사. 이런 상황은 너무 당황스러워. 뉴스에서만 보던 인종 차별인건가.
밑도 끝도 없이 느닷없이 시비를 걸다니. 저 아저씨 정말 제정신 아니군.
넌 어떻게 할꺼야? 친구들을 보고만 있을꺼야?
[[위험한 순간이니 일단 떡볶이 집을 빠져 나가자. ->B_6 미안해 사라]]
[[이상한 건 저 아저씨인 걸! 왜 도망쳐야 하지? ->Y_13 나를 깨운 소리]]사라는 생각보다 담담했어.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었나봐.
너는 무섭고 가슴이 쿵쿵 뛰면서도 사라가 울거나 도망쳐 버릴까봐 걱정이 되었어. 네가 사라를 더 곤란하게 한 것은 아닐까?
사라는 침착하게 스마트폰으로 이 상황을 영상으로 담기 시작했어.
"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이거야..내가 알아"
"카메라 치워! 치우라고!!" 이상한 아저씨는 인상을 쓰면서 사라의 스마트폰을 빼았으려 했어.
"아저씨, 그만해요!!!"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일어나 아저씨를 가로막았어.
"부끄러운 줄 아세요! 애들한테 뭐 하는 짓이에요?" 잔치국수를 먹고 있던 아주머니 두 분이 아저씨를 대신 상대해 주었어.
네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있어.
맙소사.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인건가??
[[다음페이지로->B_9 사라, 너는 혼자가 아니야]] 이제 너는 무섭지 않아. 사라의 손을 더 꼭 잡아줘.
"허! 내가 뭘 어쨌다고! 저것들은 테러리스트야! 알지도 못하면서! 어느새 우리나라에 잔뜩 들어와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이상한 소리에 대꾸 하지마! 귀 막아!" 주인 아주머니가 사라의 옆에 딱 붙어 서 주셨어.
사라는 눈을 더 크게 떴어. 너와 미라를 한번씩 쳐다보았지.
제발....경찰 아저씨 빨리 좀 와요. 제발.
그때야.
삐뽀 삐뽀 삐뽀.
삐뽀. 삐뽀. 삐뽀.
"신고받고 왔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괜찮습니까?" 경찰 아저씨가 도착했어.
정말 다행이야. 다행.
[[다음페이지로->B_11 울지않아]]"아... 이거 어쩌지... 맛있는 떡복이가... 엉망이 되었네...?" 사라는 어떤 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봐.
"아직 먹을만 해. 아까우니까 조금 더 먹을까?" 미라가 성격 좋은 소리로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어.
너는, 너도 무슨 말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쩐지 목이 메여오는 거야. 바보같이.
이 상황에 대해서, 이 난감하고 황당한 상황에 대해. 네 눈에서 뜻모를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고야 말았어.
아이 참.
사라도 울지 않는데 네가 울면 어떻게 해.
[[다음페이지로->B_12 울긴 왜 울어]]"얘들아! 떡볶이 다시 맛있는 걸로 먹자!" 엄마손 떡복이 아주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떡볶이 냄비를 들고 오셨어.
"어... 저희... 이거... 다시 주문을... 하지 않았는데..."
너는 갑자기 주머니 사정이 떠올라 망설였어. 돈이 충분치 않은 것 같아서.
"하하하. 이거 아줌마가 너네 더 맛있게 먹으로 선물하는거야!"
"감사합니다!" 미라가 웃으며 대답했어.
"씩씩하게, 더 친하게, 즐겁게 학교 생활해라. 저런 사람 말 신경쓸 것 없어."
이연진! 너 또 눈물 맺히는 거야?
아. 그만해. 이런... 나도 눈물 나려고 하잖아.
너 이러다가 정말... 사라와... 어쩌면 정말 시리아와 사랑에 빠지겠다.
[[다음페이지로->K_41 찾아라 시리아]]
어때?
정말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를 겪을 때나, 한국전쟁 상황이랑 비슷하지 않아?
"정말 그런군....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임시정부나... 전쟁 난민도... 그래... 다 같은 난민이었어...."
맞아.
시리아 내전은 점점 더 복잡한 상황이 되어 가고 있어.
이제 독재 정부는 화학무기 공격까지 하고 있으니까.
기본적인 인권과 윤리를 무시한 잔혹한 공격은 세계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독재자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진짜 분노스러운 일은 그것이군."
밤이 점점 깊어 가고 있어. 주변이 점점 조용해 지는 걸?
[[넌 졸리지 않아! 더 찾아보자구 ->K_42 시리아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고단하지 않아? 넌 이제 자야해->C_1 새로운 꿈]]
맞아. 그래서 일꺼야.
역사적 배경이나 인종, 종교적인 다양성이 시리아 사람들의 DNA에 새겨져 있을 테니까.
시리아에 대해서 이렇게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동안 전혀 몰랐다는 것이 이상하지?
시리아, 난민 키워드로 검색 한번만 해보아도 이렇게 많은 것을 찾아냈는데 말이야.
"조금 더 살펴볼까...어...이건 난민캠프에 대한 기사네..."
좋아, 이연진. 난민 캠프 기사를 찾아보려는 구나.
그 전에 시리아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살펴보고 가지 않을래?
물론, 바쁘다면 난민 캠프 이야기로 바로 넘어 가도 좋아.
[[내전 이전, 아름다운 시리아를 보고 싶다면-> K43 올드 시리아, 아름다운 그곳]]
[[마음 아프지만, 내전으로 파괴된 시리아 현실을 보려면 ->K_44 내전의 시리아]]
[[다음페이지로->K_45 아즈락, 난민 캠프에 가다]]"그건....행복을 위한 빈자리 같은 거야. 지금의 행복 뿐 아니라, 추억을 기르는 거니까... 미래를 위해서도... 그런 빈자리가 꼭 필요해....사라도...시리아에 남겨진 사람들도..."
그래.
네 생각이 맞아.
누구에게나 행복을 위한 빈자리가 필요하지.
"그래, 시리아에 행복을 모아 보내는 거야!"
[[행복을 모아 보낸다고? 어떻게?->K_49 행복을 모아 보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게 어때? ->Y_46 일단 잠자리로]]네 눈앞에 어린 소녀가 보여.
두 소녀가 제 몸집 만한 바구니를 들고 있네. 누군지 알겠어?
"사라와.... 얄다!"
그래...이런 말광량이들. 살구를 따면서 반쯤은 먼저 먹었나 보다. 끈적한 과즙이 얼굴에 잔뜩 뭍었잖아. 하하하.
"귀여워.... 너무나 사랑스럽다구!" 넌 꿈속에서도 미소가 번졌어.
"사라! 얄다! 살구쨈 파이가 다 됬다"
"우와!!! 살구쨈 살구파이!!"
소녀들이 네 눈앞을 지나간다. 커다란 눈은 반짝 거리고, 볼은 발그레한 살구같네.
"그래, 저 아이들은...사라와 얄다는 행복해야해...꼭!"
어떻게?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헉. 그만 꿈에서 깨었어. 연진아.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 거니?
"그래....나 결심했어!" 넌 나즉이 말했어. 하지만 힘있는 목소리였지.
"내가 뭘 해야할지 알았다고! 시리아를 위해... 시리아의 친구들을 위해...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살구 쨈을 만들꺼야!"
[[다음페이지로->K_49 행복을 모아 보냅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라가 물었어.
"우리가 만든 쨈을 시리아에 어떻게 보내?"
"우리가 만든 쨈을 보내는 건 어렵지만. 직접 만든 쨈을 팔아서 그 돈을. 구호활동가에게 전달하고..."설명하는 너를 미라가 옆에서 거들고 준다.
"터키에서 난민 구호 활동하는 샤이마 삼촌한테 연락하면 돼. 국경 지역에서 쨈을 구해 시리아 구호품에 넣어 달라고 하면!!" 사라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어.
"우리 기억이 맞다면 곧 구호품 상자를 시리아로 보내실꺼야!"
"서둘러야해! 시간이 없어!"
"우와! 우리가 시리아로 행복을 보낼 수 있는거네?"
"천잰데?"
"얄다에게 살구쨈을!" 넌 사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어.
"시리아에 행복을!"
"얘들아!!! 다 모여봐!!!!"
[[뭐하고 있어? 샤이마 삼촌에게 연락하지 않고->K_51 샤이마 삼촌과의 메시징]]
[[서두르자! 다 함께 행복을 모아야지->K_64 시리안 레시피]]
넌 생각을 이어 말했어.
"살구쨈이 시리아를 향하는 구호품에 실린다면, 얄다에게 행복과 웃음을 잠시라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이야. 확실해. 살구쨈이 담긴 구호품 상자라니.... 그것을 받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지 않을 시리아 사람은 없어"
"천재적인데, 이연진!"
"아니, 뭐.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세상에서 제일 향긋한 살구쨈을 만들어 보고 싶어.."
사라는 빠른 손놀림으로 메시지를 작성해서 난민 활동가인 샤이마 삼촌에게 네 생각을 전했어.
삼촌의 생각은 어땠냐고?
어땠을 것 같니? 샤이마 삼촌도 대찬성 하셨어. 정말 중요한 생각이라고 칭찬도 하시고.
그래서 이름하여...!
<수퍼 울트라 특급 시리아 살구쨈 시크릿 레시피 프로젝트>
그래. 물론 아직 확정된 이름은 아니지. 설마... 이게 진짜 이름일리 없잖아?
하지만 이름이 중요하겠어?
시리아. 시리아 사람들. 그래... 사라의 친구 얄다를 위한. 시리아의 행복을 위한 친구들의 살구쨈 프로젝트가 시작된거야!
[[다음페이지로->K_52 샤이마 삼촌의 편지]]"살구쨈을 팔아 돈을 모았다고 해도 그 귀한 돈으로 시리아에 쨈을 보낸다는게... 정말 생존 투쟁 하는 곳이 잖아."
아이들이 웅성웅성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해.
"보낼만큼 돈이 모여지면 다행이겠다"
"맞다. 그러네..." 수근거리는 소리가 커져.
사라가 내 옆으로 다가왔어.
"연진아, 고마워. 시리아와 내 친구 얄다를 생각해 줘서. 정말 좋은 생각이지만, 나 너희들에게 부담주고 싶은 마음은 없어. 시리아에 대해서, 시리아 사람들에 데해서 생각할때 지금 너희들이 나를 생각하는 것 처럼 그냥 평범한 친구라고 생각해줘. 그거면 충분해!" 사라는 너를 보고 미소지었어.
연진아. 네 생각은 나쁘지 않았어. 시리아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거잖아.
하지만 사라에게, 미라에게 먼저 조용히 상의했다면 어땠을까? 다음엔 좀 더 준비해서 친구들의 공감을 잘 얻어볼까? 이대로 멈출 생각은 아니겠지?
[THE END NO.1]
[[이야기 나가기->K_100 이야기 나가기]]
배불리 저녁을 먹고, 산뜻하게 씻으니까 잠이 솔솔 쏟아진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니 오늘 하루 겪은 일들이 영화처럼 떠올라.
"사라, 시리아, 얄다, 살구, 다마스쿠스, 유프라테스...시리아....시리아..."
너는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었어.
어? 이건 뭐지....?
꿈인가...? 저 멀리 뭔가 보이는 것 같아.
저게 뭐지?
[[다음페이지로 ->B_15 꿈으로 들어가자]]
"엄마... 엄마...무서워...."
"신이시여...얄다... 이리와...엄마한테..."
쿠쿠쿵!
쿠쿠쿵!
소리가 조금 멀어진것 같아.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는데 이젠 시간도 상관없나보다.
삐뽀삐뽀!
삐뽀삐뽀!
엠블란스 소리가 들려. 화이트 헬멧인가...
화이트 헬멧? 화이트 헬멧은 시리아 난민을 구호하는 아저씨들이야.
"화이트 헬멧이다!" 아빠는 어느새 창가에서 밖을 보고 계셨어.
"우린 언제 움직이죠? 구호품은요?"
"메시지가 올꺼야. 어쨋든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도착했다는 소식이 오면 그때 움직이자. 폭격때문에 늦어질지도 몰라... 항상 조심...또 조심..."
[[다음페이지로->K_82 상자를 실은 트럭]]
"시리아 레시피로 살구 쨈을...직접 만들어서 팔았어요."
"고맙구나. 시리아를 기억해줘서."
"사라의 나라인 걸요!"
"얄다도 우리 친구에요!"
"친구의 친구는...결국, 친구다!"
"그래, 너희들을 보니 세상 어른들이 너희같은 마음이면 전쟁 날 일도 없고... 서로를 미워하고 괴롭힐 일이 없을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른들이... 반성할 것이 많네."
와합 오빠의 미소는 어쩐지 조금 쓸쓸해 보여.
"어른들의 세계는 잘 모르지만...우린 시리아에 행복을, 웃음을 보내주고 싶어요"
"언젠가 시리아에도 평화의 날이 올테니까 어려웠던 시간에도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을 추억하게 하고 싶어요"
"정말 중요한 의견이야... 나도 구호 활동하면서 난민들을 볼때 그들에게 웃음을 주고싶다는 생각 많이 하거든..."
[[다음페이지로->K_77 준비는 끝났다]]"이상한 질문 나오면 어떻게 해?"
"강퇴시키면 되니까 걱정마. 그런 조정을 내가 할께"
"안심하고 방송해. 그리고 오늘 라이브 말고 녹화한 걸로 짧게 편집해서 내보낼 꺼거든. 아마 주문은 짤을 보고 더 많이 들어올꺼야"
"네가 너무 애쓴다. 고마워. 일은 내가 벌리고..." 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되어버렸어.
"이연진. 무슨 소리하냐. 사라는 너보다 내가 더 오랫동안 사귄 친구인데. 그동안 사라의 나라에 대해서 내가 너무 관심 없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 전학생 덕분에."
"전학생이 해내는거야?" 미라가 장난스럽게 고개를 흔들어.
"끝까지 해보자. 이것도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다음페이지로->K_73 라이브 쑈쑈쑈]]"더 먹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물론! 음식은 많으니까 계속 먹도록 하고... 우선 우리 엄마아빠한테 인사하러 가자!"
"흐흐 그래 좋아. 네가 말한대로 우리나라 결혼식이랑 많이 다른걸? 우린 한시간 정도 예식을 하고 끝나는데. 정말 이렇게 밤새도록 노는 거야?"
"당연하지 결혼식이잖아!, 이리와 우리 가족을 소개할께!"
너는 사라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갔어.
"엄마, 아빠! 미술반에 새로운 연진이에요. 내 친구. 서울에서 전학왔어요."
"반갑구나 연진아. 미술반 친구들은 언제나 환영이야. 시리아 음식은 생소하지?"
사라의 엄마도 한국말을 하시는데? 오... 다행이야...
"아니에요. 정말 맛있어요" 너는 진심으로 말했어. 진짜 입에 맞았거든.
"고맙구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거니까. 맛있게 먹고, 재밌게 즐기렴!"
"네!"
[[다음페이지로 ->K_26 사라와의 집구경]]
<style>
img
{
display:block;
margine-right:auto;
text-align:center;
}
</style>
<img src ="images/K_27.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너는 사진 중에 멋진 콧수염이 있고 빛나는 눈을 가진 꽃미남 오빠를 가르켰어. 물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쿵쾅 거림은 꾹 참아 가면서.
아냐.
사라는 이미 식은땀 나는 네 목덜미를 봤을지도 몰라.
"사라, 이 분은 누구셔? 너무 훈남인데?"
"샤이마 삼촌. 우리 아빠 동생. 지금 터키에 계셔."
"뭐, 삼촌? 나이가 많아? 대학생 같은데?"
"우리 아빠랑 나이 차이가 좀 있어. 막내 삼촌이야. 대학생? 아니다 대학원생 나이 정도. 28살."
"그럼....샤이마 오빠는 결혼 했어?"
"오빠? 삼촌이라니까. 아니 아직."
"됬다. 그럼."
"뭐가?"
"아냐, 됬고. 신경쓰지마. 샤이마 삼촌 지금 어디 계셔?"
넌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
[[다음페이지로->L_4]]
"나? 하하...나 아랍어 할 줄 알지. 여기 한국에 아주 어릴때 왔거나 태어난 시리아 아이들은 못할 수도 있어서 당연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사라가 씩 웃으면서 샤이마 삼촌의 글과 사진들을 읽어주기 시작했어.
"지금 이 상황에선, 너네가 문맹이다. 내가 지식인이고"
"사라, 너 이 글씨들을 다 읽을 줄 알아?"
"헐. 야. 나 초등학교 시리아에서 다녔어. 나 배운 여자야."
"엄청난데!! 이걸 어떻게 읽냐... 엄두가 안나는 걸? 그리고 너 학교에서는 아랍어 쓴 적 없잖아"
"뭐라는 거냐. 너희가 모르는 말인데..내가 왜 쓰겠냐. 난 한국에서 외국인이고! 그러니까 내가 한국말 하는게 외국어 능력이지!"
"듣고보니 그렇군. 네가 우리는 모르는 말 쓰고 그러니까, 마법사 같다. 초능력자."
"가만있어봐... 삼촌이 한달뒤에... 시리아에서 아직 탈출 하지 못한 난민들을 위해 터키 국경 지역으로 긴급 구호품을 보낼 꺼래."
"잘 됬네!"
"...그런데 늘 그렇듯이...돈이 부족한가봐."
"UN이나, 큰 국제 구호 기구들 있잖아. 돈이 왜 부족해? 거기랑 같이 하는 거 아냐?"
[[다음페이지로->K_30 활동가 샤이마 삼촌]]
안녕. 연진.
난 샤이마라고 해. 사라의 삼촌.
사라를 통해서 네가 시리아 결혼식에 방문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시리아를 위해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들었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야.
특히, 연진이가 제안한 "살구 쨈" 프로젝트는 아주 인상적이야.
시리아에는 아주 많은 살구 나무가 있고, 우리에게 살구는 풍요와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거든.
시리아 사람이라면 동네 어귀에 아름드리 살구나무를 보며 자라고 살구 꽃이 필 때, 살구열매가 열릴 때 그와 연관된 추억 하나쯤은 다 있을꺼야.
우리가 너무나 힘든 상황에 처해져 있어서 생존을 위한 물품을 최우선으로 시리아에 보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연진이와 사라, 친구들의 의견 처럼 파괴된 시리아지만 여전히 그곳에 아이들이 자라고 있고...
또 꼭 아이들이 아니라고 해도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고, 웃음을 머금을 수 있는 시간은 살아남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
좋은 의견을 주어서 고마워.
프로젝트가 쉽지 않을텐데, 성공과 실패를 떠나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시리아를 잊지 말고 기억해 준다면 좋겠어.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샤이마.
[[이제 시리아 특급 레시피로 맛 좋은 쨈을 만들어 볼까? -> K_65 햇살 아래에서]] "연진이 너에게 그런 추억이 있어서. 얄다와 나의 추억이 더 와 닿았나 보다"
"아마도. 우리 부모님 점점 더 힘들어지고 어려워지고 계신 것도 맞지만... 그래서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셔..." 넌 서울을 떠나야 했던 상황을 생각하면서 손가락 끝을 만지작 거렸어.
"그래서 집에 나 혼자 있을 때 많거든. 그런데 그럴 때 함께 만든 쨈병이 냉장고에 예쁘게, 나란히 있는 걸 보면 그냥... 우리 괜찮다... 행복하다.... 웃음도 나고... 같이 복닥복닥 쨈 만드는 날 생각나면서... 웃게돼"
"... 그리고 무엇보다....! 맛도 좋고 말이야" 넌 어쩐지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아 더 씩씩하게 말했어.
"짱이네! 달콤한 행복!" 사라는 네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어.
"우리 집은 홈메이드 스타일... 뭉텅뭉텅 과일 썰어 넣고 유기농 설탕 넣고 조리거든. 시리아에선 좀 특별한 방법이 있니?"
"시리아 특급 레시피 말이야?" 사라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것 같았어.
"응. 비밀스러운 그런거... 집집마다 그런거 하나씩 있잖아.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로 부터 전수되는 방법들"
"있지! 당연히! 자세한 건 우리 엄마 한테 물어 볼께. 한국에 와선 시리아 쨈을 만들어 본 적 없지만... 시리아 있을 때 얄다랑 우리 엄마 쨈은 동네에서도 유명 했거든!"
사라는 자신있다는 듯 웃었어.
[[다음페이지-> K_65 햇살 아래에서]]
미술반 아이들 사이에서는 전염이라도 된듯 장난스럽고 요상한 농담들이 오가기 시작했어. 너도 푹 썩은 달콤한 과일이라는 표현에 그만 웃음이 터져 버렸지 뭐야.
"풉. 그래... 이제 난 뭘 어떻게 하면 되니?"
"보시다 시피! 우린 그림을 그려. 다 같이 모여서!"
"협동 작품! 들어는 봤나?"
교탁 위 정물을 그리는 건가? 그런 것 같지? 교탁 위에 이런 저런 것들이 놓여 있잖아. 네 실력을 보여줘. 이연진. 서울에서 온 진짜 그림쟁이.
"우린 그림 그리는 거 보다 수다를 더 많이 떨어."
"비중은 9:1이야. 수다가 9."
"교탁 위에 정물은 시작과 동시에 말이야.....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어 치우지!"
"우린 먹스터, 푹푹 썩은 과일! 썩은 사과!" 아이들은 앞 다퉈 떠들기 시작했어.
얘네들... 썩은 과일을 왜이렇게 좋아해? 어휴... 그런데 넌 왜 자꾸 웃고 그러냐?
[[다음페이지로->L_1]]
"정말 다행이에요. 반갑습니다. 저희와 함께 탈출하시죠. 난민 캠프에 갈 수 있도록 도와드릴께요. 왜 캠프에 안 가고 이곳에 계신가요?"
"호의 감사합니다. 당장 마실 깨끗한 물과 상비 약이 좀 필요해요.난민 캠프는.... 글쎄요. 내가 어리석다고 말하지는 마세요. 아직 아직이에요. 여기는 맞아요. 너무나 위험하죠."
"살아남는 것 보다 중요한 일이 있나요?"
"글쎄요. 신의 뜻이라면 어디에서나 살 수도 혹은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
"하하하. 아직은 괜찮습니다. 다만, 이 위험스러운 곳에 내 가족이 있고 내 집이 있어요. 무너졌다고 파괴되었다고 집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고향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다음페이지로->L_5]]
<audio src="sounds/K_65.mp3" autoplay></audio>
<특급 레시피: 햇살 아래서_ 시리안 홈메이드 살구 쨈>
재료:
잘 익은 살구 2킬로그램
달달구리한 설탕 1킬로그램
신선한 레몬 쥬스 2테이블 스픈
스텝1:
살구를 씻는다- 물기 없이 말린다 - 씨를 제거한다 - 반으로 잘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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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Y_42_1.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스텝2:
설탕과 살구를 하나의 큰 냄비 안에 넣는다
냄비 위에 얇은 키친 타월을 덥고 밤새 절여준다 (8시간 정도)
끓이거나 젓지 않고 그대로 두어 절인다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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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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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Y_42_2.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스텝3:
다음날 아침. 설탕은 살구안에 완전히 녹아들어 시럽이 되어 있다.
얌전하게 거칠지 않게 살살 저어 중불에서 찐득해 질 정도로 끓인다.
바닦이 눝지 않게 뭉글한 불에서 쉬지 않고 천천히 저어준다.
살구가 부드러워져서 동글동글하고 반짝거리게 되면 살구를 거름망 위로 이동시킨다.
살구와 시럽을 망위에서 거르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시럽을 소중하게 받는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분리된 시럽만 다시 남비에 넣어 합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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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Y_42_3.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특급 레시피인데? 아직 안 끝났다고!->L_6]]
넌 두리번 거리며 빈자리를 찾았어. 미술반 분위기를 대충 알아차렸거든.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은 모둠 어딘가에 빈 자리가 하나 있어. 거기 앉았지. 그러자 사라와 미라가 네 곁으로 다가왔어.
"미술반! 신입이 서울에서 왔다!"
"무려, 서울!"
"뭐랏! 서울이라고! 이제 우리 그림도 서울스러워 질 수 있어!"
"ㅋㅋㅋ 똥멍청이! 서울스러운 건 뭐냐?"
"그런게 있다고! 뭔가 더 차가운 도시의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지. 울트라 멍청이! 그건 그렇고, 이연진! 너 머리 진짜 철 수세미 같다, 대박!"
"네 머리는 기름집에서 금방 나온거 같은데! 뭘 이렇게 발랐어?"
아이들은 네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뭐라는 건지.... 그런데 듣다보니 웃기긴 하다.
이연진! 너 여기가 조금 맘에 드는거 같은데? 그렇지?
[[다음페이지로->Y_44 누가 이방인이지?]]
“넌 어느 나라 사람이니? 한국 사람 아닌거 같아서... 이런 질문 실례인가.”
“물어보는 건데 뭐가 실례냐... 나 시리아 사람! 시리안. 시리아 알아? 시리아 내전은 들어봤지? 나 한국온지는 5년 다 되어가. 동생하고 엄마 아빠랑 같이 왔어. 넌?”
“시리아... 응? 시리아? 미안... 잘 몰라. 그... 내전하는? 그리고 난, 형제 없어. 나 하나. 부모님 일 때문에 안산으로 온 거지”
“모를 수 있지 뭐... 우리 엄마 아빠도 시리아 사람이라고 밖에 나가면 그 이야기는 잘 안하셔. 하지만 난, 학생이고 여긴 학교잖아. 누가 물어보면 시리아 사람이라고 이야기 해. 시리아 사람이니까. 물어보면 말하는 거고.”
“학교에선 괜찮은가 보지? 아니 다른 뜻은 없어. 난 네가 좀 특별해 보여서... 불편한 건 없니? 한국에서 말이야”
“귀찮은 상황도 있지. 네가 뭘 궁금해 하는지 알아. 차별같은 거 말이지? 그런 애들도 있고... 아닌 애들도 있고... 이런저런 사람들 다 있는거지... 하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으니까... 그런데 뭐랄까... 오늘은 네가 더 불편해 보이는걸?”
맞아. 이연진. 오늘은 네가 서울에서 온 이방인이지!
[[다음페이지로 ->K_ 13 서울에서 온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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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L_3.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사라의 집을 장식한 많은 가족 사진 중에 네 눈을 사로잡은 두개의 사진이 있어.
하나는 너무나 멋진 미남 오빠.
꽃미남 얼굴에 잘 어울리는, 부드럽게 하늘을 향해 휘어진 콧수염을 가진 오빠.
눈빛은 또 어찌나 반짝이는지....
네 가슴은 갑자기 쿵쿵 거렸어. 사진 속의 오빠도 너를 바라보는 것 같았거든.
너는 혹시나 사라가 네 심장 소리를 들었을 까봐 꼴깍꼴깍 침을 삼켰어.
꽃미남 콧 수염 오빠 바로 옆의 사진으로 눈을 둘렸을때, 너는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귀염귀염한 아랍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어.
놀랍게도! 이연진! 너 어렸을 때랑 너무 닮았다.
손쓰기 어려워 보이는 곱슬머리는 정말 너랑 비슷한데?
고집스러워 보이는 당찬 눈동자, 짙은 눈썹.
이 아이는 누굴까?
[[꽃미남 콧수염 오빠가 궁금하다면? ->K_27 샤이마 삼촌]]
[[널 닮은 악성 꼽슬 소녀가 궁금하다면? ->K_28 얄다의 사진]]
샤이마 오빠가 아직 시리아에 남아 있다거나... 오오. 내전 중에 다치거나 잘못 되었다면 어떻게 해?
"삼촌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대학을 다니고 있었어. 내전 이후에 가까스로...시리아를 탈출해서 지금은 터키에 계셔"
"지..지금은 어디 계신데?" 넌 어느새 눈이 동그레졌어.
"터키에서 시리아에 남아 있는 난민들을 구호하는 활동가로 일하시지"
"너무 다행이야! 그리고 샤이마 오빠 진짜 멋지다"
"응, 어려운 일 하고 계시니까. 우리 가족도 한국에서 삼촌을 돕고 있어. 나름대로 조금 조금씩... 삼촌의 활동은 정말 많은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물론, 시리아를 위한 일은 나에게 남의 일이 아니지만"
[[다음페이지로->K_128 샤이마 삼촌의 페이스북]]"아......."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 있어요. 나는 하만이라고 해요. 아내 알리샤. 그리고 나의 아이들.... 캠프에 가면 우리는 번호로 불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말꺼에요"
아저씨는 말을 이어갔어. 단호하고 자부심에 찬 목소리였지.
"죽을 위기는 사라질지 몰라도,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지겠죠. 나는 죽을 때 까지, 내 이름을 지키고 싶어요. 하만. 그게 내 이름이에요"
"난민을 숫자로 분류하고 밴드를 착용하는 것은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이해 합니다. 하지만 나는 선택할 수 있어요. 내 삶을.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요. 삶은 계속됩니다... "
모두 숙연해졌어.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았지.
"모든 것이 파괴된 이 곳에도 사람이 살고, 삶이 계속되고 있어요. 독재자도, 폭격도, 그 무엇도... 누구도 막을 수 없죠"
[[다음페이지로->K_38 세가지 색깔의 밴드]]
<audio src="sounds/K_65.mp3" autoplay></audio>
스텝4:
준비된 레몬 쥬스를 넣는다.
계속 저으며 뭉근한 불에서 끓인다.
끓이는 도중 거품이 일어난다면 깨끗하게 계속 걷어 낸다.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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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L_6_4.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스텝5:
끓고 있는 시럽이 진득해 질때까지 15분 정도 더 끓여 졸인다.
농도는 스푼에 찍어 떨어뜨렸을 때 쉽게 흐르지 않거나
한방울 정도를 접시에 떨어뜨려 기울일 때 바로 흐르지 않는 정도로 되직해야 한다.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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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L_6_5.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스텝6:
레몬 쥬스를 넣은 시럽을 15분 정도 끓인 뒤에 거름망에 준비해 둔 살구를 넣고 15분을 더 끓이며 살살 젓는다.
살구 과육을 넣은 뒤에 시럽의 농도가 더 진해지고 살구가 더 졸여지면 불을 끈다.
뜨거운 잼은 평평한 유리그릇에 나누어 담아 완전히 식힌다.
시리안 홈스타일 잼은 과육이 충분히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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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7:
너른 유리그릇에서 충부히 식힌 쨈을 들고 햇살 가득한 정원으로 나가자.
먼지나 벌레가 붙지 않도록 얇은 키친 타월을 덮는다.
그렇게 햇살을 만나는 시간을 1~2일 충분히 둔다.
때때로 저어주는 정성을 잊지 말자.
더 이상 저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살구쨈이 완성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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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바람이 부는 날이라면, 실내에 위치한 창가에서 문을 닫은 채 햇살을 쏘이자.
바람이 불면 깨끗한 잼을 만들기 어렵다.
[[서두르자! 다 함께 행복을 모아야지-> K_59 시리아를 위한 과일쨈 바자회]]"시리아식 살구쨈 특별 레시피는 사라 어머님 집안의 비법이라구요?"
"하긴... 시리아 스타일 특급 레시피기는 해요. 자랑 같지만, 제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끝내줬어요, 맛 보았는데, 이건 진짜!!!"
"유프라테스의 맛이었어!"
"햇살의 맛!"
"정말 재밌었어요!"
너와 친구들은 뒤죽박죽 큰 소리로 외쳤어.
"사라가 훌륭한 디저트 요리사가 될 수 있겠다는 사실도 확인했구요"
"맞아요, 사라는 요리에 재능이 있어요" 네가 거들었어.
"하하하. 재능까지야. 하지만 정성스러웠죠. 얄다가 쨈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사라도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 해.
"하지만 장사가 어려울꺼야. 손님들이 많이 올까?" 정연이가 걱정스럽게 말했어.
"오겠지! 얼마나 홍보했는데. 학교랑 지역 게시판에도 올리고" 미라는 낙관적이네.
"어떻게 되었든, 모두 고맙고, 사랑해." 사라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야.
[[다음페이지로->K_98 스마일 시리아, 어게인]]
줄은 순서대로 천천히 줄어들고 있어.
기분 탓일까. 줄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상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빠른 것 같아.
"아...이러다가 상자가 모두 끝나겠어요."
"그렇지는 않을꺼야. 얄다. 걱정마."
"만약 그렇다고 해도, 이웃들이 물건을 나누어 쓸테니까. 괜찮아."
"네...우리도 물건을 나누어요."
"당연하지. 우리만 쓰는 물건이 아냐."
"모하메드 알하키 입니다. 다마스쿠스 알 말키에서 왔어요."
"가족이 함께 오셨네요."
"네, 딸과 아내. 온 가족이 함께 있어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상자가 몇개 남지 않았어요."
"큰 것과 작은 것이 있군요. 어떻게 고르는 거죠?"
"순서대로 드리고 있어요."
"그럼... 이것이 제것이겠군요."
"맞아요. 당신이 그 라인에 서 있으니까요."
얄다의 아빠는 상자를 가르켰어. 어떤 상자였을까?
[[얄다 가족이 큰 상자 줄 이라면 ->K_85 큰 상자]]
[[얄다 가족이 작은 상자 줄 이라면 ->K_86 작은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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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 ="images/L_9.png" style = "width:100%" style = "margine-left:50%"> </img>
나의 친구 모하메드의 마지막 임무는 막혀있는 국경을 뚫고 시리아의 위험으로 부터 민간인을 구조해 내는 것이었습니다.
막힌 국경을 뚫는 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는 그것이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경을 향해 물밀듯 밀려오는 난민들의 탈출을 도왔습니다.
그가 요르단의 난민 캠프에서 내게 보낸 마지막 사진을 저장합니다.
"친구, 이것이 내가 살아있는 날의 마지막 사진이야. 살아 남는다면 다시 사진을 보낼께" 모하메드의 짧은, 그러나 뜨거운 메시지에요.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전한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웃음이었던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리고 그가 탈출 시킨 많은 난민들도 모하메드의 사랑을, 희망을 잊지 않을 것 입니다. 모하메드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의 평안을...
"어....사라....? 이 아이...얄다 아니야?"
"응? 어디?" 넌 모하메드의 사진 속에서 배경으로 찍힌 한 아이의 모습을 찾았어.
너와 같은 악성꼽슬 머리가, 사진 속에서 몇번이고 보았던 그 모습이....그건 얄다였다고!
"얄다가 맞아!!!"
"얄다가 요르단 난민 캠프로 탈출했어!"
"얄다가 살아있다고!!" 사라의 큰 눈에서 비로서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졌어.
"오... 모하메드가...모하메드가..얄다의 소식을 전해주고 떠났어"
"얄다는 무사해! 사라!
"샤이마가, 마호메드 사진 속에 얄다가 있어!!!"
"얄다!얄다가 살아 있어!"
너는 사라와 얼싸안으며 울었어. 정말 삶은 계속되는 것이 맞아.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이야기 나가기->K_100 이야기 나가기]]
친구들과의 이야기란... 그런 것이지.
쓸데가 없어도 재미있는게 아니라, 쓸데가 없어서 재밌는 그것.
지난 주 하만 아저씨 결혼식 덕분에 네 마음속에서 낯선 도시와 낯선 학교에 대한 걱정, 어색함이 사라지고 있어.
너는 사라의 손을 꽉 잡았어.
"결혼식에서 먹은 음식 중에, 뭐가 제일 맛있었어?"
"타르트? 과일 페이스트 들어 있던 거."
"나는 푸딩!" "나는 과자!"
"나는 빵에 발라 먹었던 그 것, 그릇에 가득 담겨있던"
"그게 뭔데?"
"이름이 뭐가 중요해?, 넌 이름이 뭐야?"
"하하하하하하하!! 그게, 다 살구야. 살구."
"살구? 난 복숭아 인줄... 우린 살구 잘 몰라, 그렇게 맛있어?"
사라는 너를 쳐다보며 말해.
"여기서도 맛있다고 하니, 너네들 시리아에서 먹으면 진짜 거기서 산다고 하겠다. 나도 또 먹고 싶다. 시리아 살구...제일 그리운 것 중 하나. 제일 행복한 기억 중 하나!"
"소울 푸드 그런거야?"
"응! 특히, 나하고 얄다에게는"
[[다음페이지로->K_49 행복을 모아 보냅니다]]
사라의 집은 분명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 두개, 거실겸 주방이 있는 작은 다세대 주택인데 시리아 사람, 아랍 사람이 살고 있겠다 싶은 집안 장식이 인상적었어.
바닦에 깔린 멋진 양탄자는 아랍풍 무늬와 색으로 어떤 각도에선 푸르게, 다른 각도에선 자줏빛으로 집안을 비추고 있고. 한국, 안산의 어떤 작은 집을 아랍으로 만들어 주고 있어.
"연진, 왔구나?" 사라가 웃으며 널 맞이해.
사라의 집은 넓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아. 그거 알아? 흥겨운 파티는 집 안에서 바깥 골목까지 이어지고 있었어.
무엇보다 TV위에, 탁자위에, 벽 곳곳에 크고 작은 액자들...
네 눈엔 생소한 다양한 아랍 사람들 사진이 들어와.
사진 속의 사람들은 때로 혼자, 때로 여럿이 밝은 미소와 함께 있었어.
[[다음페이지로->K_25 파티 음식]]
"어쩌면 몰랐다는게 당연한 것일지도... 우리도... 시리아 사람들도 상황이 이렇게 까지 참혹해 질지는 예상하지 못했어. 우린 갈 수록 어려워 지고 있는데 어쩐지 모두에게 잊혀지는 기분이 들어. 요즘은 파괴되어 가는 시리아 보다 잊혀지는 시리아가 더 두려워"
"우리가, 네가 기억할꺼야. 그렇다면 나도 기억할테고. 솔직히 나는 시리아를 잘 모르지만...사라 네가 친구라는 것은 확실하니까. 친구의 집에서...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우리가 쉽게 잊지는 않지."
"사라, 시리아 내전에 대해서 더 들려줄래?" 그때, 네 스마트폰 메시지가 울렸어.
"연진아, 어디있니? 저녁 준비 다 되었어. 어서 집으로 돌아와" 엄마 메시지야.
이연진, 뭐해? 답을 해야지?
[["밖에서 친구랑 먹을래요" 라고 문자 보낸다 ->K_40 엄마의 메시지]]
[["네, 금방 갈께요"라고 답한다 ->B_14 집으로]]
너는 사라를 돌아보았어.
"연진아, 집에서 연락 온거야?"
"응, 내전 이야기는 따로 들어야 겠다. 미안"
"아니야. 우린 내일 학교에서 보면 되지."
"고마워. 엄마아빠 두분 모두 일찍 들어오셨데. 이런 날이 흔한게 아니라서"
"하하하! 설명을 왜해. 내일 보자"
"그래! 내일 만나자"
[[다음페이지로->K_41 찾아라 시리아]]
오 마이 갓. 넌 아랍어를 할 줄 모르는데! 사라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네 눈앞에 확 돌려놓았어.
"내가 통역 할테니까, 네 생각을 계획을 우리에게 들려줘"
"아...." 너는 침을 꼴깍 삼켰어.
뭐야? 이제와서 주춤거리는 것은 아니겠지?
샤이마 삼촌에게도, 친구들에게도...네 머리 속에 든 생각을 잘 전달해야 하는 시간이야.
이연진. 최선을 다해봐. 나 기대한다.
[[다음페이지로->K_50 내일의 살구 프로젝트]]"장사가 안되니까 너무 힘들다"
"미안해서 어쩌냐..."
"우리 다 같이 시작한 일인데...연진이 네가 왜 미안해 하고 그래..." 사라는 어쩐지 조금 울듯한 표정이 되었어.
다섯시.
연진이네 부모님 식당의 시계가 야무지게 시간을 알려주었어. 이제 장사를 마칠 시간이야.
테이블 위에 진열해 둔 쨈이 거의 그대로야. 말하자면, 이번 바자회는 완전 망친거지.
"휴...이제 그만하고 정리하자"
"모여서 오늘 얼마나 팔았는지 계산하자구"
"모두들 수고했어!" 너는 억지로 기운을 내어 보았어.
[[다음페이지로->K_68 어떻게 해야 할까]]
"정연아. 네가 인터넷 방송까지 생각하는 줄 몰랐어"
"처음부터 생각했던 건 아니고. 오늘 바자회에 참여하면서 이대로 해선 안되겠다고.... 그럼 어떤 방법이 좋을까 생각했어"
"인터넷 방송을 하자! 홈쇼핑 처럼!" 아이들이 이제 살았다는 듯이 외쳤어.
"아냐아냐. 방송국에서 홈쇼핑 하듯, 그렇게 해서는 안돼." 정연이가 뭘 좀 안다는 듯 찡긋 거렸어.
"너네 왜 인터넷 방송 안보는 것 처럼 말하냐...?"
"응?" 넌 답답해졌어. 뭘 어쩌려는 거지?
정연이가 활짝 웃으며 말해. "우리 스타일 대로 해야지. 다 먹어치워주는 거야. 너무나 맛있는 시리아 살구쨈을!"
"야. 그건 우리한테 너무 쉬운 일이야!"
"바자회에선 먹지 못해서 힘들었다고!"
"살구쨈 먹방! 전화주문! 인터넷 주문!"
"다시 시작해!!"
"프로젝트 안 끝났어!"
[[다음페이지로-> K_72 방송 준비]]
사라의 아랍어 농담쑈는 충격적이었어. 아무도 못알아 듣는 아랍어로 레시피를 설명했잖아. 그게 더 폭발적인 댓글을 만들어 낼 줄이야.
너와 미라는 그 아랍어를 통역했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눈치로 말야.
너희들..정말...그 끼를 감추고 어떻게 학교를 다녔니?
"시리아 현지에서 특급 레시피를 가지고 귀국한 요리사 지망생 컨셉은... 진실이면서도 왜케 웃기냐. 하하하하하 "
"너네 진짜 너무 웃겨!" "미친거 같애"
카메라 뒤쪽에서 방송 모니터링을 하며 댓글을 달고 주문을 받던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며 웃었어.
정연이가 활짝 웃어.
"너네, 쨈 더 만들어야 해. 지금 댓글로 들어 온 주문만 50개가 넘었거든"
축하해! 인터넷 방송은 대 성공이야!!!
[[얼마나 팔렸을까->K_74 정산의 시간]]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야..."
학교를 향하며 너는 첫날과 비슷한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어.
그날 만큼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어쩐지 오늘은 기분이 좋은 걸? 네 친구들이 거절하지 않을꺼라는 확신이 들어.
교실에 들어 선 너는 사라와 미라, 낯익은 미술반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어.
"얘들아! 모여봐! 우리 시리아를 위해서 뭔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사라와 미라가 너를 돌아보았어.
사라 주변에 모여 재잘재잘 아침 인사를 나누던 친구들도 너에게 집중했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시리아를 위해서?" "사라의 시리아?"
"그래, 바로 우리들이!" 너는 무려 교탁 앞으로 나섰어.
[[다음페이지로->K_48 살구쨈을 만들어 팔아보자]]
여긴 어디지? 처음 와 보는 곳인데... 어쩐지 아주 낯설지는 않아.
히잡을 쓴 여자들. 유쾌하게 웃는 남자들. 아... 여기는 아랍이구나... 맞아... 시리아. 아까 허핑턴 포스트에서 읽은 전쟁 이전의 알레포에 관한 기사가 꿈이 되었네. 빛나는 아랍 문명의 도시.
귀여운 미소의 소녀가 널 보고 웃고 있어. 소녀는 자기 보다 더 귀여운 아기 동생을 안고 있네. 여유있게 물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신나게 흥정하는 상인과 차로 가득한 도로에서 짜증스럽게 다투는 연인들도 보여. 아... 우리의 일상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데?
쒜에에엑- 쉐에에에엑- 쒜에 쒜에-
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불길한 소리가 들려. 이게 무슨 소리지? 설마??
"폭격이다!"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어.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도 않았지.
"큰일이야! 모두 피해요! 도망쳐야해!" 넌 우선 아기를 안은 소녀의 손을 잡았어.
"나를 도와줄래?" 소녀의 큰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
"뭐든지!"
"난 사라질 꺼야. 엄마도 아빠도... 내 동생도! 시리아 사람들 모두... 이대로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해! 죽을꺼라고!" 소녀가 울며 소리쳤어.
"알았어! 약속할께! 방법을 찾아볼께!"
쿠쿵- 쿠쿵- 쿠쿵
엄청나게 큰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시리아의 모습은 사라졌어. 그리고 낮은 비명과 함께 넌 꿈에서 깨어났어.
"그래... 뭐든지 해야해..." 넌 중얼 거렸어. 하지만 농담은 아니었지.
[[다음페이지로-> C_2 난 무엇을 할 수 있지?]] 난민음식 팔아 세계 난민 돕는 미국 식당. 오... 워싱턴에 있는 한 식당이야. 팔라펠이라는 달콤한 중동 요리를 팔아서 수익금으로 난민을 돕고 있데. 그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난민이라서 직업도 갖을 수 있고 말이야. 대단한데?
2017년 세계 난민의 날에는 난민 출신 요리사 80명이 유럽의 13개 도시 84개의 식당에서 음식축제 열어서 이들의 문화를 알리고, 수익금으로 난민을 돕는데 사용했어.
얼마 전엔, '노마드의 식탁' 이라는 행사도 열렸네. 미지의 여행지에서 만나는 소울푸드가 부제였어. 난민이라는 단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난민들의 고향 이야기, 그들이 먹거리, 일상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사였데. 최곤데!
"이거다!" 너는 스마트폰을 꽉 움켜쥐며 소리쳤어.
"뭐가?" 아빠는 깜짝 놀라 널 쳐다봤어.
"아빠. 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아. 시리아 친구들을 위해서 말야."
"연진이 너한테 시리아 친구가 있었어?" 아빠는 조금 당황하신 것 같아.
"어제 사귀었어. 그러니까 이제 이건 중요한 문제가 되었지. 친구의 일이니까."
"뭘 하려고?" 엄마는 쨈이 마르지 않게 뚜껑을 덮으며 물어보셨어.
"살구로 쨈을 만들어서 시리아를 알리고 싶고, 그걸 팔아서 난민들을 돕고 싶어요. 음식이란게 그렇잖아요. 난민들에게 관심이 크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 특별한 음식은 모두 관심을 보일껄요?"
"네 친구가 먹는, 좋아하는 음식으로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경험하게 하자는 거니?"
"응. 테러리스트라던가... 하는 엉뚱한 두려움 때문에 오해하지 말고. 같이 먹을 만한, 좋아할 만한 것을 즐기면서 가까워 지자는 것이지."
"ㅎㅎㅎ. 우리 연진이가 며칠 사이에 엄청 자랐네?"
"친구들한테 이야기 해봐야 겠어! 난 바빠... 먼저 일어날께요!"
[[다음페이지로->F_21]] 보통 때와 같이 엄마 아빠랑 함께 토스트와 쥬스를 먹으면서도 넌 어제 밤 꿈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어.
"이번에 만든 살구 쨈은 유독 더 달콤하고 맛이 좋아, 안 그래?" 엄마가 쨈 통에 티스푼을 밀어 넣어 한 스푼 가득 쨈을 뜨며 말했어. 그래... 온 가족이 모여 여러 종류의 과일을 씻고 설탕을 넣어 긴 시간 뭉근히 끟여 수제쨈을 만드는 것이 연진이, 너희 집 문화 생활이지.
냉장고엔 딸기, 포도, 귤, 라스베리, 블루베리, 호박... 살구쨈까지 예쁘고 귀여운 쨈통이 한줄로 나란히 놓여있어. 아침마다 어떤 쨈을 바를 것인지 행복한 고민도 하고 말야.
"응... 맞아... 살구쨈..."
"지난 번에 엄마 친구가 터키에 여행을 갔었는데, 중동 지역 살구가 진짜 대단하데. 살구 농사가 그렇게 잘 되고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사과랑 배 먹듯이 살구를 먹는다더라. 쨈도 아주 기가 막히데요."
"중동 지역 디저트가 유명 하잖아." 아빠도 거드셨어.
"달콤한 것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중동 근처는 살구가 많으니 살구로 만든 달콤한 것들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구나."
응? 살구? 중동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과일이라고? 쨈도? 넌 갑자기 머리 속에 반짝 하고 등이 켜진 것 같았어. 그걸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넌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시리아, 살구, 요리 이런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을 시작했어.
[[다음페이지로->C_3 시리아를 생각하는 사람들]]